반도체 장비 기업 오로스테크놀로지는 지난달 삼성전자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테스트 장비를 공급했다고 공시했다. 공급 규모는 48억원으로 현재까지 누적 수주 금액은 149억원이다. 그동안 일본 어드반테스트가 장악하고 있던 HBM 테스트 장비 시장의 문을 국산 제품을 들고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오로스테크놀로지의 테스트 장비는 HBM에서 D램과 D램을 연결하는 범프와 전기를 연결하는 통로인 패드 간 정렬을 계측하는 장비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오로스테크놀로지가 유일하게 관련 제품을 납품한다. 오로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HBM과 관련한 설비투자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추가 공급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삼성전자 외에도 다양한 고객사를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HBM 시장이 본격 열리면서 테스트 장비와 부품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여러 개의 D램을 적층한 HBM은 한 층에서만 불량이 나와도 제품을 폐기해야 한다. D램을 쌓는 공정 난도도 높아 생산 수율(합격품 비율)도 일반 D램 공정과 비교할 때 10~30%가량 낮다.
지금까지 HBM 테스트 장비와 부품 시장은 일본 어드반테스트와 미국 폼팩터 등 해외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국산화에 성공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美·日 독점 HBM 테스트 장비… 韓 소부장 도전장
14일 업계에 따르면 HBM 테스트 장비 시장은 현재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 어드반테스트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어드반테스트의 메모리 테스트 장비 매출액(약 2858억원)은 전년 같은 기간(약 2082억원)과 비교할 때 약 37% 증가했다.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 테크윙도 HBM 테스트 장비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테크윙은 HBM 테스트 장비인 ‘큐브 프로버’ 개발을 올 1분기 완료했다. 큐브 프로버는 256개 칩을 동시에 테스트할 수 있어, 경쟁사 대비 검사 효율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윙은 올 3분기 출시를 목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과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 HBM용 ‘프로브카드’도 국산화 나서
HBM용 프로브카드도 국내 기업들이 공략하는 시장이다. 프로브카드는 반도체의 결함을 검사하기 위해 반도체 칩과 테스트 장비를 연결하는 부품이다. 현재 HBM용 프로브카드 시장은 80% 이상을 세계 1위 프로브카드 기업인 미국 폼팩터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폼팩터는 1억3600만달러(약 229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일본 마이크로닉스재팬(MJC)가 나머지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HBM용 프로브카드도 검사 장비와 마찬가지로 수요가 늘고 있다. 폼펙터는 올 1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HBM용 프로브카드 매출이 지난 분기 대비 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폼팩터의 올 1분기 D램 부문 매출액은 4590만달러(약 630억원)로 전 분기 대비 약 30%,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33% 증가했다.
마이크로투나노와 솔브레인SLD는 SK하이닉스에 HBM 웨이퍼 번인 테스트용 프로브카드 납품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HBM EDS 공정용 프로브카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협력사인 피엠티는 삼성전자에 HBM용 프로브카드를 연내 공급하기 위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번인 테스트는 웨이퍼 상태의 제품에 온도와 전압을 가해 초기 불량 기간에 나타날 수 있는 결함을 확인하는 단계다. EDS 공정은 웨이퍼 완성 단계에 있는 개별 칩의 전기적 동작 여부를 검사하는 과정이다. EDS 공정용 프로브카드가 투입되는 단계도 많고 세밀한 검사를 요구해 기술 개발 난도가 높다. 투입량과 가격이 높아 고부가 제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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