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고도 경제성장을 달성한 나라다.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에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사례는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바로 ‘한강의 기적’과 ‘라인강의 기적’이다.
이 두 기적의 공통점은 자원에 기반을 두지 않고 정부의 지원정책과 민간 주도의 산업화가 시너지를 창출하며 기적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또 산업화, 공업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화석 연료 기반의 에너지, 생산 시설, 탄소 기반을 적극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이다.
한국과 독일의 탄소 기반 이슈를 다룰 때 가장 다른 점은 ‘맞닿은 관계’의 이웃 나라 여부일 것이다. 우리에게도 중국, 일본 그리고 북한이 이웃해 있지만, 물리적으로 ‘맞닿은 관계’라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종의 섬이다.
반면 독일은 맞닿은 이웃 나라들과 연대해 움직인다. 이는 한국과 독일의 지리적 상황에서의 큰 차이점을 드러낸다. 독일은 한국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대응이 가능하다.
이처럼 지정학적 ‘다름’ 속에서 한국과 독일은 화석 연료 기반의 제조업 강국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기적의 경제 발전을 이뤘다.
특히 한국은 국제적 도움을 받던 수혜국 위치에서 도움을 주는 공여국 위치로 다시 한번 놀라운 기적을 단기간에 달성했다. 최근 G10이라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인정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두 나라는 최근 기후변화라는 엄청난 새로운 외부 환경에 직면하게 됐다. 화석 연료 기반의 공업화, 산업화를 통해 기적을 만든 두 나라는 ‘지구 온난화’를 넘어선 ‘지구 끓음’이라는 기후변화 상황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시작했다.
독일은 한국보다 더 나은 지리적 환경을 활용해 화석 연료의 점진적 퇴출과 신재생 에너지 기반의 산업화, 공업화 전환을 서둘렀다.
그 결과 신재생 에너지 전환율 47%(2023년 기준)라는 새로운 기적에 도적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에 정부와 산업체 모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정학적 한계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뚜렷한 사계절, 맞닿은 이웃 나라의 부재(북한은 맞닿아 있지만 맞닿은 이웃 나라라고 하기에는 어렵다)는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화석 연료 기반의 경제 성장에서 비화석 연료 기반의 경제 성장 시스템으로 전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은 포기라는 단어에 순응하지 않는 민족성의 국민이다. 기적을 만든 시대 정신적 동력은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라는 노래였고, 그 실천 방법은 ‘새마을 운동(SAEMAUL UNDONG)’이었다.
기후변화 대응, 탄소 중립 달성의 시대에 새로운 ‘새마을 운동(CAEMAUL UNDONG)’을 제안해 본다.
여기서 C라는 글자는 탄소(Carbon)와 접속(Connection)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위상은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세’에서 ‘우리도 한 번 지구를 위해 잘살아 보세’로, ‘탄소 중립 지구 우리 지구, 우리 힘으로 만드세’로 전환돼야 한다.
이런 정신적 동력을 실천하는 가장 강력한 대한민국의 방법론은 ‘인터넷 강국’에서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비화석 연료 기반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에너지 확보 정책으로 ‘에너지 믹스’가 정부의 주된 방향이다.
균질한 ‘믹스’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강력한 믹서(mixer)가 필요하듯이, 에너지 믹스 분야에서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 공급원을 혼합해 에너지 공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에너지원의 효율적 접속이 필수다. 여기서 인터넷 강국이 되기까지 활용한 전략과 방법론을 활용하는 것은 매우 효율적일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 AI 혁명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전환과 혁명을 위해서는 정신적 지지와 물리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디지털 대전환과 AI 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정신적 지지를 받고 있다. 물리적 지원은 전기 에너지다.
대한민국의 지리적 한계, 즉 작은 국토 면적, 뚜렷한 사계절, 에너지 확보 측면에서 내부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에너지 섬(Energy Island)’ 숙명을 극복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에너지 섬 내부에서 비화석 연료를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접속하는 ‘CAEMAUL UNDONG’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섬이라는 숙명을 극복하는 대한민국형 에너지 혁명을 꿈꿔야만 하는 시대에 대한민국은 살고 있다.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
〈필자>국가녹색기술연구소(NIGT)를 이끄는 소장으로서 데이터에 기반한 탄소중립 기술을 선별하고 국제협력 연계를 활성화하는 전략수립 기관으로 성장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 소장은 현재 과기정통부 기후·환경연구개발사업 추진위원회 위원, 서울시 은평구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환경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하며 기후환경연구소 물자원순환연구단장을 거쳐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에너지환경기술단장을 역임했다.152편 논문과 122건 특허를 보유했다.
환경부 장관 표장 2회, 환경기술 우수상, 미래창조과학부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후정책유공자 표창, 환경산업기술원 20주년 우수기술 50선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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