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가 신약 연구의 최전방 사령탑을 새롭게 교체하면서 연구개발(R&D) 집중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신임 연구소장을 통해 기존 파이프라인을 재평가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래먹거리 탐색을 본격화할 전략으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연구소장 및 R&D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 또는 신임하면서 신약 연구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돌입했다.
유한양행은 이달 중앙연구소 부소장 겸 합성신약부문장에 최영기 전무를 영입했다. 최영기 전무는 서울대 제약학 석사를 수료하고 오리건 주립대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5년 베링거인겔하임에서 저분자 약물 발견업무의 수석을 담당한 최 전무는 이후 포마테라퓨틱스에서 화학 기술 활성화 업무의 수석을 역임한 뒤 아일랜드 소재의 바이오제약사 알케미스에서 발견 연구 디렉터 업무 임원으로 활동했다.
회사 측은 여러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20년에 가까운 경력을 지낸 최 전무의 합류로 유한양행R&D에 활력이 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GC가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 연구재단법인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이달 신현진 부소장을 신임 소장으로 선임했다. 신 소장은 서울대 전기공학부 졸업 후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에서 의생명공학 석사 및 의생명정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다나-파버 암연구소를 거쳐 다케다제약 미국법인에서 생명정보학·전산생물학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21년 목암연구소에 합류한 신 소장은 전문 분야인 생명정보학 및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주도해왔다.
현재 mRNA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등 AI 신약개발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며 서울대병원,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카이스트(KAIST) 등 국내 유수의 연구기관과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목암연구소는 김 소장 선임을 통해 국내 AI 신약개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차바이오텍은 지난달 남수연 전 지아이이노베이션 사장을 R&D 총괄사장으로 영입했다. 남 신임 사장은 의사 출신 신약개발 전략 전문가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내분비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로슈, 미국 BMS, 유한양행에서 신약 개발을 담당했다.
특히 남 사장은 유한양행에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개발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아이이노베이션에서는 면역항암제 ‘GI-101’, 알레르기 치료제 ‘GI-301’ 등 조 단위 기술 수출 성과를 낸 바 있다. 남 사장은 차바이오그룹 최고 기술책임자(CTO)도 겸직한다.
차바이오텍은 남 사장 영입을 통해 미래성장 동력인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하고, 개발 중인 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사업화를 가속화 하는 등 기업의 R&D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도 지난달 윤준수 큐로셀 BD상무를 보툴리눔 톡신제제 ‘나보타’의 사업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윤 본부장는 고려대 응용동물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세포생물학 박사를 마친 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박사후연구과정(포닥)을 지냈다.
2010년부터는 JW중외제약 자회사 C&C신약연구소에서 신약 후보물질 도출 업무를 맡으며, 2012년부터 2022년까지는 GC녹십자에 재직하며 글로벌개발과 R&D과제 발굴을 담당하다 큐로셀에 합류했다.
대웅제약은 윤 본부장을 통해 나보타 총괄임원이던 박성수 사장의 뒤를 이어 나보타의 글로벌 사업과 R&D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GC셀은 올해 3월 세포치료연구소 연구소장에 원성용 박사를 영입했다. 원성용 신임 연구소장은 경희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미생물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텍사스 주립대 의대에서 미생물학·면역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이어 캘리포니아주 라호야(La Jolla)에 있는 스크립스연구소에서 면역학·유전학 분야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원 연구소장은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 풍부한 R&D 경험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전문가로, GC셀의 R&D 파이프라인 및 면역세포치료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관점과 동력을 구축하는 일을 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임원급의 연구 인력을 새롭게 교체하게되면 기존 R&D 분야에 추진력을 얻게 되고 연구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 이뤄진다”며 “연구 사령탑이 새롭게 등장하면 기존 연구들의 사업성을 재평가해 과감한 판단이 이뤄져 성공 가능성 높은 물질들에 적극 투자를 하는 등 미래먹거리 창출에 속도가 붙게 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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