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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Mira)의 달라진 자동차 테스트 및 개발 과정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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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자동차 평가기관 호리바 미라가 자동차 개발 전 과정을 수행하는 거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100명의 사람을 무작위로 뽑아서 ‘자동차산업연구협회’(Motor Industry Research Association)라는 명칭에 대해 질문하면 그들 중 98명은 아마도 “미라(MIRA)를 말하는 건가요?”라고 반문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2명은, 만약 그들이 적어도 영국산 자동차에 대해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노란색 리버리로 단장한 1970년대 초의 브리티시 릴랜드(British Leyland) 모델이 비틀거리며 자갈길을 가로지르거나 혹은 미끄러운 노면에서 제동력 테스트를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연달아 밟는 장면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것이 바로 호리바 미라(Horiba MIRA Ltd)가, 그러니까 한때 ‘나름 잘 안다’는 사람들만 알고 있던 영국 웨스트 미들랜드주 힌클리(Hinckley) 서부에 자리한 자동차 산업 테스트 및 인증 센터에 대해 알려진 모습이다. 문제는 ‘나름 안다는 사람들의 이 같은 인식’마저도, 2024년 현재 호리바 미라가 하는 일에 대해 정확히 아는 이는 드물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그들이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광범위한 네트워크 내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고객사들(크든 작든, 혹은 오래됐든 새로운 회사든)을 대신해 수행하고 있는 많은 일에 대한 극히 단편적인 설명일 뿐이다. 사실 특정 연령대의 사람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자동차 산업 붐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그 장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겠지만, 이곳은 사실 영국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자동차 산업 현장이 되었을 수도 있다.

현재 미라는 경영진의 지휘 아래 확장을 위한 대담한 계획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곳은 여전히 많은 프로토타입 자동차의 테스트 및 검증을 위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충돌 테스트 및 배출가스 인증을 위한 주요 센터이기도 하며, 신흥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다양한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호리바 미라는 첨단 배터리 셀 테스트,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및 자율 주행 기술, 사이버 보안 테스트 및 가상 시뮬레이터 기반 자동차 개발을 위한 새로운 첨단 시설을 개발했다. 그리고 호리바 미라는 머지않아 자체 자동차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제조 서비스를 제공할 추가 계획까지 갖고 있다.

현장 투어는 일반적인 산업 단위 크기의 건물에서 시작한다. A5 고속도로 근처에 자리한 이 건물에는 새로운 풀 모션 시뮬레이터가 있다. 여러 대의 대형 중장비 트레일러(HGV)를 주차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지붕이 있는 작업장에는 3개의 큰 수평 유압 암과 9개의 작은 대각선으로 고정된 수직 암으로 구성된 시뮬레이터가 있으며, 이들은 모두 BMW 1시리즈의 절반 정도 면적의 바닥에 설치되어 있다.

앞을 감싸는 곡선 프로젝션 스크린 앞에서 작동할 때는 슬라이딩 플랫폼을 통해 상승하는 ‘자동차’에 접근할 수 있다. 제어 암은 시뮬레이터에 일반적인 6개의 평면 대신 9개의 이동면을 제공하는데, 롤링 및 피칭과 함께 상승 및 하강도 가능하고 이동하는 자동차에 작용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물리적 힘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좌우와 세로로도 움직일 수 있다.

한편, 윈드스크린을 가득 메운 곡선 스크린에 투사한 영상은 자동차의 움직임과 함께 바뀌며 운전자에게 작업장이 아닌 실제 자동차 도로나 테스트 장, 심지어 레이스 서킷 위에 있는 듯한 실감 나는 인상을 준다. 이것은 이 분야 전문업체인 VI-그레이드가 공급한 ‘DiM 250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로, 영국 최초의 장비이다. 지난해 9월에 설치한 이 장비는, 마치 게임용처럼 보이는 좀더 작은 고정식 시뮬레이터와 제휴를 맺고 있다. 이 장비를 통해 호리바 미라는 자동차산업계 고객들의 초기 단계 신차 개발기간을 더욱 줄여줄 수 있게 됐다.

호리바 미라의 자동차 속성 담당 선임 매니저인 톰 리(Tom Lee)는 “제조업체들은 자동차 속성에 대해 큰 그림의 결정을 내릴 때 장차 출시할 모델의 초기 단계 실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만 수천만 파운드를 투자합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가상 세계에서 이 모든 것을 수행하면 많은 연구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죠. 우리는 프로젝트에 따라 다른 관련 자원과 탄소 배출량은 말할 것도 없고, 5년 또는 6년의 일반적인 개발 일정을 최대 2년으로 줄일 수도 있어요.”

시뮬레이션 엔지니어들은 종 방향 하중과 횡 방향 하중을 재현하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초기의 어색함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시뮬레이터를 몇 번 체험하고 나니 바싹 마른 땅으로 돌아가는 게 오히려 기뻤다. 또한 조작자의 특정 경험에 맞게 장비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등 생각보다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다.

수직 방향의 승차 입력을 시뮬레이션하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존재하지 않는 바퀴 아래로 가상의 포트홀이나 과속 방지턱을 지나면서 마치 진짜처럼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원뿔 회전이나 빠른 차선 변경을 다루면서 요나 피치, 롤 같은 복잡한 조합마저도 딱 들어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뮬레이터는 심지어 디지털 영역에서 ESC 시스템을 완전히 재보정하기에도 충분하다고 엔지니어들이 귀띔한다.

만약 내 프로젝트였다면, 나는 여전히 물리적인 초기 프로토타입을 몇 개 제작하길 원했을 것 같다. 하지만, 만약 내가 원하는 물량의 절반밖에 만들 수 없다면 이 같은 시뮬레이터를 통해 예산을 절약할 가치가 충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음으로, 프루빙 그라운드의 CAV(Connected Autonomous Vehicle) 테스트 시설을 간략히 살펴보자. 여기에는 현재 알려진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즉 ADAS의 개발과 조정을 주로 목적으로 하는 여러 테스트 구역이 포함된다. 필요한 경우 레이더를 반사하기 위해 벽돌과 모르타르로 만든 이동식 벽이나 ‘쇼윈도’ 보드와 함께 의도적으로 만든 일관성 없는 차선 표시, 언덕, 교차로 및 오프셋 교차로가 섞여 있는 ‘로드 코스’가 있다.

이 모든 것은 개발되지 않은 자율 비상 제동, 능동적 차선 유지 및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및 주변 이동수단을 모방한 원격 조종 대상 인형은 모든 관련 사항에 대해 안전이 유지되는 동안 시스템이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데 사용된다.

호리바 미라의 저속 코스에서는 일반적으로 교차로에서 잠재적으로 위험한 충돌 시나리오를 재현하도록 설정한다. 한편, 고속도로 속도에서 ADAS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CAV 고속도로 시험 구간(Assured CAV Highway testing area)’ 혹은 쉽게 ‘블랙 호수(The Black Lake)’라고 불리는 특별한 테스트 구역도 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도로 표시를 배치할 수 있는 아스팔트로 포장한 축구장 20개 크기의 면적을 한번 떠올려보라. 특정 부분의 차선 유지나 충돌 회피, 또는 자율주행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공간이다. 그 위로 이어지는 연결 도로를 통해 고속으로 진입할 수 있으며, 그러면 시스템의 장단점을 조사하고 평가하는 데 필요한 모든 공간과 시나리오를 활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테스트 시설은 당연히 흔치 않다. 호리바 미라가 내년에 업데이트할 예정인 유로 NCAP의 안전 테스트 프로그램의 하나로 독립적인 차세대 ADAS 테스트 및 인증을 수행하는 장소로 선택받았을 정도로 이곳의 시설은 훌륭하다. 우리의 투어는 호리바 미라의 사이버 보안 워크샵에서 끝을 맺는다. 이곳은 지금까지 우리가 본 가장 평범해 보이는 연구소이지만, 사실 최신 자동차가 해킹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받고 디지털 보안을 유지하며, 전자 시스템에 의해 생성되는 자기장을 적절하게 차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첨단의 조사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여기에서, 노트북과 무선 송수신기를 가진 엔지니어들은 스캐너를 가진 온라인 침입자의 자동차 시스템 접근을 막기 위해 무수히 많은 무선 주파수를 신차에 투사할 것이다. 그들은 디지털 방식으로 침입해 개인 정보를 훔치려고 시도하기 위해 ‘퍼징(fuzzing, 예상되는 무선 주파수 입력에 가까운 차를 조사하는 것)’ 등 기법을 사용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신차 자체는 매우 안전하며 개인 정보를 밀착해서 보호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양한 이유나 필요에 따라 다운로드해 자동차와 동기화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은 항상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신차 개발을 위한 영국의 ‘원스톱 거점’이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호리바 미라의 전무이사 데클란 앨런(Declan Allan)이 투어를 마무리하면서 설명한다. “100년 경력의 영국 OEM 기어박스나 헤드라이트 제조업체이든, 혹은 모든 걸 처음 시작하는 새로운 자동차 브랜드이든, 우리는 당신이 프로젝트를 해외로 들고 가기보다 영국에서 우리에게 오기를 바랍니다.”

<오토카> 도로 테스트를 위해 지난 몇 년간 거의 매주 이곳을 방문하곤 했던 사람으로서 보더라도, 이곳은 분명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광범위한 개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장소였다. 호리바 미라는 혁신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사업이며, 분명히 성장하고 다양화할 뿐 아니라 업계와의 관련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관심 있게 유심히 지켜본다면, 여전히 이곳에서 미래의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호리바 미라의 역사

‘미라’(MIRA, 자동차산업연구협회)는 영국 기업들이 자동차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1946년 정부가 업계 전문성을 결집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실버스톤과 도닝턴 파크 등을 두루 조사한 결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옛 영국 공군 린들리 공군기지가 새 시험장으로 선정되어 1948년 문을 열었다.  이 시설들은 처음에는 사용하지 않는 항공기 활주로로만 구성되어 있었는데, 최초의 맞춤형 트랙(포장도로의 일부)은 1951년에 지어졌고, 이듬해 고속 서킷이 뒤따랐다. 테스트 시험장과 다른 시설들이 뒤이어 세워졌고 2001년에 미라(MIRA)는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그리고 지난 2015년에 ‘미라’는 일본의 테스트 장비 그룹인 ‘호리바’에 인수되었다.

오토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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