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국회에 몸 담은 변재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를 떠났다. 그에게 22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언을 요청하자 “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답이 먼저 돌아왔다. 과방위가 정쟁의 장이 되면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논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강했다. 그는 21대 국회 과방위를 “역대 최악의 과방위”로 혹평하며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현재의 정쟁 속에 묻혔다. 모든 논의가 정권 쟁취에 몰입돼 있다”고 했다.
변재일 전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관해 “구성원은 전문성을 갖고 있는데 기관장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계속 임명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2인체제 의결에 관해선 합법 여부를 떠나 “중앙기관으로서 행정학적 취지와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했다. 미디어조직 개편의 경우 교육과학기술부와 미디어 부처를 분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통신 정책의 경우 ‘제4이통사 추진’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며 통신사의 자회사가 알뜰폰 사업을 못하도록 해 시장 교란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 출신으로 다섯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변재일 전 의원은 ICT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정 활동을 했다. 18대, 20대 국회 때도 방송통신, 과학기술, 정보통신 분야 상임위 활동을 했다. 앞서 김대중 정부 때는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장, 차관을 지내며 인터넷 상용화와 PC 보급에 앞장서 IT선진국의 기반을 닦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21대 국회 과방위를 어떻게 평가하나.
“역대 과방위 중 최악이었다. 입법부로서 상임위가 아니라 정쟁의 중심지가 됐다. 정청래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번갈아 맡았다. 이 분야의 전문성보다는 정치적으로 운영할 사람으로 구성됐다. 특별하게 합의해서 무언가를 했다는 기억이 없다. 끝없는 갈등만 이어졌다. 과학기술, 방송통신정책을 통해 대한민국 미래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이냐, 국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합리적 대안을 찾을 것이냐 그런 논의가 거의 없었다. 미래에 관한 논의를 서포트하거나 선도하기는커녕 발목을 잡는 상임위가 됐다. 성과가 없으니 의원들이 가장 기피한다. 본인의 의사에 반해 배정받았다가 기회가 되면 탈출하는 상임위가 돼버렸다.”
– 22대 국회에서도 반복될 것 같다.
“더 악화될 것이다. 22대 국회는 개원도 하기 전에 장외투쟁으로 시작했다. 과거 김대중 정부 때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장, 차관을 할 때는 국회에서 여야가 사회 발전을 위해 서포트를 해주기 위해 합의를 해준 적이 있었다. 지금은 방송장악을 통해 어떻게든 다음 총선과 대선에 유리한 환경 만드느냐가 유일한 목적이 됐다. 극단적 정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 현 정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운영을 어떻게 평가하나.
“방통위와 방심위는 구성원은 전문성을 갖고 있는데 기관장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계속 임명된다. 한상혁 위원장 임명 당시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냐고 묻는다면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을 수 있지만 그는 방송전문가였다. 현재 2인 체제로 운영한다는 건 상식에 맞지 않다. 불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합법과 불법을 떠나 합의제 중앙기관으로서 행정학적 취지와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 그렇게 운영하면 안 된다. 방심위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 ‘과학기술정보’와 ‘방송통신’ 분야의 상임위를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방통위 제도 자체가 잘 된 것인가. 근본적인 정부조직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과학기술과 ICT산업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 산업 등을 논의해야 하는데 방송장악이라는 하나의 이슈가 전체를 잡아먹고 있다.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개편이 필요하다.”
– 미디어 기구 관련 정부조직 개편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미디어 측면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에 흩어져 있다. 그래서 효율적 지원이 안 되는 건가, 아니면 효과적인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안 되는 건가를 봐야 한다. 오히려 두 번째가 안 되니 산업이 잘 된다는 생각도 있다. 정부의 역할은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적극적 개입이 진흥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디어콘텐츠산업과 플랫폼 산업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미국 정도가 아니면 플랫폼 사업이 가능한 나라가 많지 않다. 우리는 콘텐츠 산업에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
“과거 교육과학부 시절도 괜찮았다. 정보미디어부를 만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교육과학기술부 체제로 가는 방식이 있다. 그러면 교육과학기술은 정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방송의 경우 현재처럼 방통위가 규제와 진흥을 하는 게 아니라 순수 규제기관을 만들고, 정보미디어부는 산업 중심으로 해야 한다.”
– 최근 라인야후 매각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가 소극적 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있고, 오히려 야당이 반일 프레임을 과도하게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둘 다 맞다. 정부는 소극적으로 했다. 일본 앞에서는 자꾸 작아진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이슈를 친일, 반일 이슈로 만들면 정치적 이득이 되니까 그렇게 하는 경향을 부정할 수는 없다. 궁극적으로 보호무역시대가 되면 데이터에 대한 문제가 중요해진다. 화웨이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미국은 쓰지 않고 다른 나라들도 못쓰게 한다. 틱톡을 통한 미국인 데이터가 중국 정부로 간다는 확실한 정보는 없지만 미국은 규제를 한다. 일본 입장에선 라인야후가 그렇다. 불안감이 생길 것이다. 그런 감성적 문제도 같이 작용하고 있다.”
–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는 우리 기업 보호를 위해 액션을 취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대통령이)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 내용에 지분양도하라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 누가 그렇게 쓰겠나. 그런 점에선 정부가 잘못했다. 정부의 정책 접근은 지극히 전략적이지 못했다.”
– 포털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포털은 단순 개인사업자의 범위를 넘어섰다. 알고리즘 문제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털의 경우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등을 통해 객관성, 공평성을 확보하려고 하는데 구성원이 누구냐에 따라 엉뚱한 결정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유튜브가 더 심각하다고 본다. 광고를 통한 수익의 극대화가 목표이지, 인류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를 멍들게 하고 있다.”
–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방통위가 뉴스 편향성 등을 이유로 실시한 네이버 대상 사실조사가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방통위가 네이버를 사실조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방통위는 (통신3사 등) 기간통신사에 대해선 조사권한이 있지만 포털과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선 조사 권한이 없다. 행정대상에게 불이익을 주는 규제행정은 법적 근거가 없으면 못한다.”
– 제4이통사 논의가 다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제4이통 목적이 국민의 통신 서비스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용요금이 비싸서 경쟁 활성화를 통해 요금을 인하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프라가 없는데 무슨 제4이통사인가. 현재 통신사는 과거 6개 사업자를 3개 사업자로 통합한 거다. 3개 사업자는 과점 상태가 되면 독과점이 된다. 이 통합을 하게 한 것도 정부다. 3개 사업자로 과점으로 계속 가려면 정부의 규제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5G정책 문제도 있다. 제4이통사는 28GHz 주파수를 쓰게 하는데, 이건 B2C로 쓰긴 어렵다는 견해가 많았음에도 밀어붙였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비즈니스모델이 가능한 것은 다른 문제다. 당시엔 기술적 가능성을 비즈니스모델의 가능성처럼 오판했다.”
– 최근 알뜰폰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통신3사의 망을 대여해 쓰는 통신사업자인) 알뜰폰 정책도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나온 것인데 한국에선 MNO(기존 통신사)가 자회사로 알뜰폰 사업자를 둔다. 이건 있을 수 없다. MNO가 알뜰폰사업자 4개를 가지면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제대로 하려면 MNO가 가진 알뜰폰을 없애야 한다. 제4이통을 추진하기보단 기존 통신3사들이 알뜰폰 시장 진입을 못하게 하는 게 낫다.”
– 22대 국회에 제언을 한다면.
“경제 안보 모든 측면에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당의 입장보다는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서 판단해보는 국회가 되면 좋겠다. 무엇이 당에 유리하냐가 아니라 무엇이 국가와 국민에게 유리한가 무엇이 젊은이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지 차원에서 먼저 생각하자. 국민의 대표를 뽑아서 국민의 갈등을 조율해달라고 국회가 있는 것인데 조율하기보다는 오히려 극단적 대립을 한다. 대의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거다. 대의민주주의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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