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이 국내에서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소환되는 게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다. IT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필수장치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은 이어졌다. 한국기업들은 법과 제도를 준수하지만, 중국 등 일부 국가 기업은 이를 무시한다. 공정하지 않은 셈이다.
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노출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판교에 위치한 게임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와 관련한 사실관계 파악이었다. 문제는 중국 게임사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정확한 정보 파악이 힘들다. 한국 지사가 없는 경우가 많다.
제 22대 국회가 개원했다. 다행히 정부와 여의도 정치권이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면서 난제가 풀릴 기미가 보인다. 확률형 아이템 등 규제 역차별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국내 대리인 지정제’ 도입이 다시 추진되기 때문이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지정을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22대 국회 개원에 맞춰 재발의했다.
이른바 ‘먹튀’ 논란이 일부 해외 게임사를 중심으로 반복되는 가운데 대리인 지정 의무화를 통해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고 게임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위반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처벌 규정도 담았다.
대리인 지정 법제화는 일부 해외 게임사가 별도 국내 지사나 담당자를 두지 않고 해외 법인 명의로 게임물을 제공하며 수익 활동을 펼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3월부터 시행 중인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역시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다.
문체부는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지정 사안을 22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제 1안건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국회에서도 여야 이견이 없는 사안인 만큼 빠르게 법안 통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준수 여부 모니터링과 사후조치 업무를 맡은 기관은 게임위다. 의무 위반이 적발되면 1차로 게임위가 시정요청을 한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2·3차 시정권고 및 시정명령을 내리는 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얼마 전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차별없는 법집행을 예고했다. 방법론으로 국내 대리인 지정을 언급했다. 알리 테무 등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급증한 탓이다.
정부는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앱마켓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해 해외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 준수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게릴라식 비즈니스를 펼치는 기업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올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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