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DX) 확산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사이버보안 분야 강소기업들을 소개한다.[편집자주]
“국내 사이버보안 기업들이 일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도 비슷해 좋은 시장이다. 지니언스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공략했다. 23개국에서 글로벌 파트너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일본이 없다.”
2005년 설립된 지니언스는 정보보안 전문기업으로, 19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네트워크 접근제어(NAC) 솔루션을 출시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다. 지난 2016년에는 NAC를 들고 미국 시장에 진출해 현재까지 50여 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NAC는 공항에서 출입국자의 여권을 확인하는 것처럼, 기업 및 기관 네트워크에 허가된 사용자와 단말기만 접속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지니언스는 갈수록 고도화되는 사이버위협에 발맞춰 지난 2017년 국내 최초로 단말 기반 지능형 위협 탐지 및 대응 시스템(EDR)을 개발했다. EDR은 사용자 단말을 위협하는 악성코드·이상행위를 빠르게 탐지, 분석 및 대응하는 보안 서비스다. 2022년에는 정보 통제기능을 강화한 제로 트러스트 네트워크 액세스(ZTNA)를 선보였다.
지난 3일 이동범(54) 지니언스 대표를 경기 안양시 지니언스 본사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성균관대 정보공학과를 졸업하고 두산정보통신을 거쳐 어울림정보기술 연구소장을 지냈다. 어울림정보기술에서 같이 일했던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지니언스의 전신인 지니네트웍스를 설립했다. 어울림정보기술은 가상사설망(VPN)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이 대표가 연구소장을 맡았던 시절 VPN 솔루션 개발을 주도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ㅡ지니언스를 설립한 계기는.
“이전 회사에서 VPN 솔루션으로 미국 시장을 진출하면서 애를 많이 먹었다. 한국에서는 VPN으로 시장 점유율 1위도 했지만, 미국은 방화벽, VPN 등 전통적인 보안 솔루션을 판매해온 기업들이 많았고 그들과 경쟁하기에는 자본과 인지도 등에서 차이가 컸다. 미국 시장에 VPN으로 우리가 들어갈 자리가 없던 것이다. 보안 솔루션으로 미국,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회사들은 하지 않는 솔루션을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고민 끝에 지니언스를 창업했다.
지니언스 설립 당시에는 인터넷 초창기라서 보안이라고 하면 외부 공격자가 막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실제 현장을 보니 내부에서도 보안 사고들이 많이 발생했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듯, 적을 아는 것만큼 내부 시스템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때 만든 게 사용 중인 단말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보안 취약점을 점검하고 통제해 내부 시스템을 보호하는 NAC다. 국내에서는 NAC를 우리가 처음 만들었다. 이에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NAC 모델은 거의 우리 제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ㅡEDR과 ZTNA의 성과는 어떤가.
“두 솔루션에 대한 설명부터 하겠다. 외부 공격을 막기 위해 노트북 같은 단말기에 악성코드·해킹 차단 프로그램을 까는 게 NAC이다. NAC가 네트워크의 보안의 영역이라면, EDR은 서버를 갖고 있는 개인 기기를 다루는 엔드포인트 영역이다. 사이버위협이 지능화되고 고도화되면서 전통적인 보안솔루션으로 한계가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원인을 찾아 잠재적인 위협을 방어할 수 있는 EDR이란 체계를 만든 것이다. ZTNA는 EDR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제로트러스트’ 개념이 적용된 것으로, 단일 보안 솔루션이라기보다 제로트러스트를 위해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기술을 융합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NAC와 달리 EDR과 ZTNA 서비스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성과가 이제 막 나오고 있다. 출시 7년이 된 EDR의 경우 전체 매출 비중의 약 15%를 차지하고, 약 50만대 이상의 에이전트에 적용된 상태다. 공공조달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78%다. ZTNA는 아직 매출 부분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지난해 첫 고객을 확보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관하는 실증 과제도 참여했다. 최근 제로트러스트 개념이 보안 업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만큼, ZTNA의 매출 성과도 앞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ㅡ해외 진출 현황은.
“솔루션으로는 NAC, 국가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50여 곳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글로벌로는 작년 말 기준 고객사가 100곳을 넘었다. 최근엔 중동에서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2022년 2곳에 불과했던 중동 지역 신규 고객은 지난해 17곳으로 대폭 늘었고, 중동 지역 누적 고객은 40곳을 돌파했다.
중동은 지니언스에게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글로벌 사이버보안 시장의 상당수를 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중동은 미국하고 적대적이지도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관계를 맺기도 어려운 지역이다. 미국 기업들은 보안 솔루션을 대부분 클라우드 방식으로 서비스하는데, 중동 고객들은 클라우드 방식에 대한 거부 반응이 있다. 그래서 미국 기업의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구축형 솔루션도 제공하는 지니언스가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ㅡ해외 진출 전략은.
“미국 진출을 하면서 콘텐츠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동안 축적한 사이버보안 관련 데이터베이스(DB)를 콘텐츠 형식으로 잘 정리했다. 고객들이 특정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구글에 검색하면 화면에 노출된 우리 콘텐츠에서 궁금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지니언스 제품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창업 전 VPN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는 파트너사에 전적으로 의존했는데, 파트너사와 관계가 어그러진 후 위기를 겪은 경험이 콘텐츠에 투자하게 만들었다.
우리 솔루션에 관심을 보이는 해외 고객에게 구매 전 솔루션을 경험하도록 한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우리는 한국 기업이고 초반에는 현지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구매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객들이 일단 우리 솔루션을 시범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솔루션이 마음에 들면 구매하도록 했다. 우리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미국은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에 대한 선호가 높고, 중동 지역은 구축형 솔루션을 선호하는 등 지역별 선호가 다른데 지니언스는 고객의 다양한 보안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ㅡ지니언스의 비전은.
“글로벌 보안 회사다. 한국 사이버보안 기업들의 기술력 자체는 글로벌 톱3 안에 들어가지만, 해외에서 크게 성공한 모델이 없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니언스는 처음부터 미국에서 성공하는 모델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고, 다행히 성과가 나오고 있어 다른 국가로도 확장 중이다. 지난해 42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65억원을 기록했다. 궁극적으로는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동에서 커다란 매출이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글로벌 비즈니스 턴어라운드를 위해 글로벌 파트너사와 지역별 고객 분석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아프리카와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고객 범위를 넗히기 위한 영업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