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낸 인텔이 개방된 AI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의 AI 가속기 ‘가우디’ 기반 생태계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엔비디아 생태계 외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손잡고 AI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인텔은 “한국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이 인텔 AI 비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저스틴 호타드 인텔 테이터센터 및 AI 총괄 수석부사장은 5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인텔 AI 서밋 서울 2024′ 기자간담회에서 “인텔의 AI 전략은 PC에서 에지, 데이터센터까지 전체 하드웨어를 망라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AI는 강력한 개방형 생태계를 필요로 하는데, 한국에선 네이버 등이 인텔과 비슷한 비전을 갖고 있어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호타드 부사장은 네이버를 두고 “글로벌 클라우드 제공사이자, 실제 다양한 곳에 적용된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도 보유하고 있어 새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기 좋은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앞서 인텔과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4월 국내 여러 스타트업·학교와 협업하는 ‘코어 랩’을 만들고, 가우디2를 활용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구축하기로 발표했다.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LLM ‘하이퍼 클로바X’를 기반으로 생성형 AI 서비스를 구축하고,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이퍼 클로바X’는 외국에서 개발된 생성형 AI와 달리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능력을 키운 것이 특징이다.
이날 호타드 부사장의 기조연설 뒤 무대에 오른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특정 기업(엔비디아)의 AI 칩 독과점이 시장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며 새로운 혁신을 모색하기 위해 인텔과의 협업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초거대 생성형 AI 시대 가장 큰 도전은 결국 하드웨어 부분에서 온다”며 “독과점화된 AI 칩의 공급 능력을 고려하면, 생성형 AI 사업 기회가 제한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훨씬 커져야 더 많은 기회가 생기는데 현 상황은 그 어떤 기업의 관점에서도 행복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며 “또 GPU(그래픽처리장치) 공급 단계에서 우선순위가 존재해 AI 격차가 발생할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 AI 생태계 대신 인텔 AI 칩 가우디를 활용해 가속기를 최적화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하 센터장은 “생성형 AI가 어떤 형태로 사용되고 어떤 부분을 최적화해야 하는지 등의 노하우는 실제 서비스를 운영해 본 기업들만 갖고 있다”며 “이런 노하우가 소프트웨어에 녹아들었을 때 경쟁력 있는 하드웨어 가속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네이버클라우드는 국내 AI 스타트업 스퀴즈비츠와 함께 ‘가우디2′ 인프라에서 훈련과 추론을 할 수 있는 기초 코드를 함께 만든다. 국내 대학 등 연구진은 이 코드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오픈소스 생태계에 공개한다. 이처럼 가우디 생태계 참여자를 늘려 엔비디아의 독점적인 생태계 구조를 깨겠다는 게 이들의 포부다.
인텔과 네이버클라우드의 협업은 인텔의 최신 AI 가속기 ‘가우디3′로 이어진다. 하 센터장은 “연말에 출시될 가우디3에 협업 실험 결고와 노하우, 소스코드 등을 모두 녹여낼 계획”이라며 “이렇게 경쟁력 있는 대안을 확보하게 되면 더 많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이퍼 클로바X를 고도화하는 게 가능해지고,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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