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꾸준히 오르던 LCD(액정표시장치) TV 패널 가격이 상승 랠리를 멈췄다. 5~6월 최고점을 찍은 LCD TV 가격은 3분기에 하락 전환할 전망이다. 세계 TV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LCD TV 패널 가격은 디스플레이 업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다. TV 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중국, 대만 등 대표적인 LCD 패널 제조사들이 공급을 늘리면서 6개월 만에 LCD TV 패널값이 꺾이는 것이다.
5일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모든 크기의 LCD TV 패널 가격은 지난 5월 올해 최고치를 찍은 뒤 6월에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7월부터는 LCD TV 패널 값이 크기에 따라 0.9~2.6%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대중적인 크기인 55인치 LCD TV 패널 가격은 올 1월 122달러에서 올 5월 132달러로 약 8% 올랐다. 역대 최저 가격을 찍은 2022년 9월(82달러)과 비교하면 약 61% 상승했다. 65인치 패널 가격도 올 1월 164달러에서 올 5월 179달러로 약 9% 올랐다. 그러나 오는 7월엔 55인치와 65인치 가격이 각각 130달러, 176달러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수요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패널 제조업체들이 공급량을 늘린 영향이다. LCD TV 패널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중국 패널업체들은 패널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 1분기 공장 가동률을 낮췄다. 1분기 패널 제조사들의 평균 가동률은 76%로 떨어졌고, LCD 박막 필름 트랜지스터(TFT) 투입량은 전 분기보다 2% 감소했다. 이후 패널값이 오름세를 보이자 패널업체들은 2분기부터 다시 생산을 늘리고 있다. 올 2분기 LCD TFT 투입량은 전분기보다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TV 수요는 쉽사리 오르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집계에 따르면 올 1분기 TV 출하량은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4642만1500대에 그쳤다. 코로나19 시기 전 세계 소비자들이 TV를 대거 교체한 뒤 현재까지 기존 TV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업계에서는 TV 교체 주기를 통상 6년 정도로 본다. 그나마 TV 수요의 ‘반짝 상승’이 기대되는 6월 유로컵과 8월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TV 제조업체들은 일찌감치 패널을 사들이다 이제 주문을 줄이는 추세다.
밥 오브라이언 DSCC 사장은 “유럽 스포츠 행사가 종료되면 유럽발 TV 수요는 다시 감소할 것”이라며 “디스플레이 업계의 생산 용량은 예측 가능한 미래 수요를 초과하고 있어 패널 제조업체들이 올 하반기 가격 하락 사이클을 최소화하려면 생산을 절제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3분기부터 LCD TV 패널 가격 하락이 예상되면서 세계 TV 1위 회사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TV 제조업체들의 원재료 조달 부담은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TV 패널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TV 제조사의 수익성은 악화했다.
LG전자는 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전년부터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LCD 패널 가격 인상 추세에 대해 수익성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업계는 중국 패널 제조업체들이 다시 공급을 조절하고 나설 가능성이 커 패널 가격 하락세가 오래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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