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한 호암미술관의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이 호평 속 관람객 6만명을 돌파했다. 한·중·일 3개국 불교미술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조명한 세계 첫 전시라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전시는 호암미술관이 기획·전시에 5년을 공들였다. 한국, 일본, 미국, 유럽에 소재한 27개 컬렉션에서 불교미술 걸작품 92점(한국 48, 중국 19, 일본 25)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는 이례적이다.
92건 중 한국에 처음 들어온 작품은 47건에 달한다.
해외 개인 소장가로부터 대여한 ‘백제의 미소'(금동 관음보살 입상)를 국내서 일반인에 최초 공개했다. 고려시대 국보급 작품 ‘나전 국당초문 경함’은 전세계에 단 6점만 남은 진귀한 명품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 ‘궁중숭불도’, ‘자수 아미타여래도’ 등도 함께 전시했다.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한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아미타여래도’ ‘석가여래설법도’ 4점도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기획전은 3월 27일 개막 이후 지난달 말 기준 총 6만명이 관람했다. 하루 평균 1000명 이상 방문한 셈이다. 오는 16일 폐막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비즈니스 미팅 등을 위해 만난 주요 외빈에게 전시를 소개하기 위해 5번이나 관람했다. 한국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국내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삼성의 노력을 설명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함께 방문한 일행에게 ‘감지금니 묘법연화경’을 확대해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돋보기를 시연하기도 했다.
삼성은 호암미술관을 토대로 3대째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1982년 호암미술관 개관식에서 “그동안 따뜻한 애정을 갖고 문화재를 모으는데 정성을 기울인 것은 민족문화 유산을 지키고 민족 자긍심을 높이는데 일조가 되리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2004년 개관한 리움미술관을 한국 미술계의 메카로 성장시켰다. 또 명품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백남준, 백건우, 이우환 등 국내 예술인의 해외 활동을 후원했다.
이재용 회장은 가족과 함께 선친이 수집한 작품 2만3000여점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결정하며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철학을 계승했다.
기증 문화재에는 국보 제216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보물 제2015호로 현존하는 고려 유일의 ‘고려천수관음보살도’, 보물 제1393호로 단원 김홍도 마지막 그림이라고 알려진 ‘추성부도’ 등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월까지 3개월간 광주, 부산, 경남 소재 4개 기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지역순회전’에는 49만명이 방문했다. 정부는 올해까지 지역별로 순회하고 이후 미국, 영국 등 주요 도시에서 해외 전시를 열 계획이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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