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이데이터 확대 적용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기업 영업비밀 등 민감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효적인 제재가 어려운 외국 기업에게 국내 기업 정보가 이전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신중한 입법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정신동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스페이스’에서 열린 마이데이터 관련 긴급 토론회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에 대해 “내 개인정보만 넘긴다라고 하면 영업비밀에 해당이 안 될 가능성이 높지만 문헌을 읽다보면 영업비밀이 분명히 부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영업비밀로 볼 것이냐, 영업비밀이 아닌 정보로 볼 것이냐, 애매한 경계선에 위치한 그런 것들이 문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영업비밀에 해당 안 된다고 할지라도 전송대상이 개인정보가 아닌 집합체로서 데이터 세트로 운영되면 기업의 노하우가 반영돼 있는 것”이라면서 “그걸 받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무상으로 경쟁기업에 대한 노하우를 알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여러 곳에 흩어진 자신에 대한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정부는 2022년부터 금융권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개보위는 지난 1일 마이데이터를 보건의료, 통신, 유통 분야에 확대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인정보호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 산업계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시행령 개정안의 맹점을 짚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행령으로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우리 정부에서 강하게 규제할 수 있는 국내 기업과 달리 외국 기업은 실질적으로 제재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령 쿠팡의 영업비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에 무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셈이다.
전응준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 보유한 정보가 외국 사업자에게 갈 수도 있고, 거꾸로 외국 사업자의 정보가 한국 기업으로 올 수도 있다”면서 “외국 사업자에 대해 실효적인 제재를 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시행령이 국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부가통신사업자를 정보 전송자로 포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제시된다.
사창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팀장은 “부가통신 여부는 기간 통신 연구를 제외한 모든 전기통신 연구를 포함하며, 웹 서비스 및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 사업자는 이에 해당한다”면서 “부가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개인이 생성한 데이터는 민감정보가 텍스트 데이터로 포함돼 본인도 모르게 전송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개보위는 향후 고시 등 하위법령을 통해 마이데이터 확대를 위한 정보 전송 의무 대상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다시 평가하면서 신중하게 후속 입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개정안의 전송의무자로 포함된 우리나라 오픈마켓 기업들은 알리, 테무 등 C커머스의 공습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국내 기업에게 더 부담을 지게 하는 이번 정책에 대한 심도깊은 검토가 다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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