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기아의 전기차 EV6가 페이스 리프트 모델로 나왔다. 페이스 리프트나 신형 모델이 나올 때마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EV6는 도로에서 자주 보이는 차가 아니어서 그런지 더더욱 나온 지 얼마 안된 차가 바뀌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변화는 변화이다.
처음 나온 EV6를 마주했을 때는 예를 들어 현대 아이오닉 5에 비해 전기차 감성보다는 근육질의 엔진 동력 고성능차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전기 동력 차량은 모터의 특성상 토크가 높고 가속도 잘 되므로 디자인 감성으로 근육질 조형을 쓰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런 특성을 강조해야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전기 동력은 엔진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고 전자제어 장치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서 디지털적 감성으로 해석한 디자인이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3년 전에 나온 EV6의 디자인은 같은 플랫폼으로 개발된 아이오닉 5에 비해 오히려 아날로그적 감성이 더 강해 보이기도 했다. 물론 현대 아이오닉 6는 아이오닉 5에 비해 매우 곡선적이고 아날로그 감성의 디자인으로 나오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3년이 지났고, 이제 더욱 더 디지털 감성으로 다듬어진 EV6가 우리들 눈 앞에 와 있다.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크게 바뀐 앞모습이다. 그런데 주간주행등과 LED를 쓴 헤드램프를 분리해서 슬림한 주간주행등을 더 강조한 디자인이 낯설어보이지 않는 건 이제야 제대로 된 이미지를 찾은 걸로 봐야 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바뀌기 전의 헤드램프를 보면 바뀔 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개선(改善), 즉 고쳐서 나아졌다고 하기에 성공한 걸로 보인다. 그에 비해 테일 램프 변화는 크지 않아 보인다. 물론 LED 내부의 패턴이 바뀌었지만, 전체적인 램프의 디자인 테마는 그대로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슬림한 램프 그래픽이 독특한 인상을 주는데, 어딘가 도널드 덕 같은 만화 속 캐릭터가 연상되는 표정이 있어서, 그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입꼬리가 올라간다. 좋은 의미에서의 유쾌한 감성이다.
실내에서 센터 콘솔 부분은 거의 그대로 인듯 하지만,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모두 바뀌었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도 디지털 감성을 강조한 이미지로 바뀌었다. 새로운 EV6는 전기차 감성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페이스 리프트 됐지만, SUV로서의 기능도 변함 없다. 해치백 구조이면서 공간 활용성을 장점으로 가진 것은 물론, 성능을 높인 GT 라인도 그에 걸맞은 변화를 거쳤다. 그리고 곧 공개될 EV3는 소형 해치백 승용차와 유사한, 그렇지만 SUV의 성격을 가지면서 전기차의 장점인 공간 활용성과 새로운 디지털 감성을 감각적으로 결합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감을 주고 있다.
1980년대에 앞바퀴굴림 방식이 나오면서 그 기능적 효율과 공간 활용성의 장점으로 소형 승용차의 성능과 실용적 디자인의 개성이 활짝 피어났다. 그렇듯이 전기차 기술은 엔진차들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구조적인 한계, 또는 성능이나 활용성의 한계를 크게 넓혀주면서 더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자동차로 탈바꿈시켜주고 있다. 물론 여전히 충전 효율성이나 화재 안전성 같은 해결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긴 하지만, 자동차의 활용성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기술의 발전을 더욱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길지 않은 시간 내에 문제 해결 방향을 보여줄 것이다. 전기차는 분명히 자동차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술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만나보는 EV6와 곧 만나게 될 EV3는 그러한 새로운 기술의 자동차를 새로운 감성의 디자인으로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글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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