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가 까다로워 미충족 수요(Medical Unmet Needs) 영역에 머물렀던 희귀 암을 겨냥한 방사성의약품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관련 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암 진단부터 치료까지 방대한 영역에 활용가능한 방사성의약품은 제품 특성상 병원 공급 빈도가 높아 기업 수익창출 역할까지 수행 가능해 전 세계 바이오 기업들이 주목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노바티스가 수입하는 전립선암 치료 희귀의약품 ‘플루빅토주(성분명 루테튬 비피보타이드테트라세탄)’를 허가했다.
플루빅토는 방사성 동위원소 ‘루테튬(177Lu)’이 전립선암에 많이 발현되는 단백질인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에 결합해 전립선암 세포에 치료용 방사선을 전달하는 원리로 암세포를 사멸하는 방사성 치료제다.
플루토빅주는 이전에 ‘안드로겐 수용체 경로 차단 치료’와 ‘탁산(Taxane) 계열 항암제 치료(화학요법)’를 받았던 ‘전립선특이막항원 양성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성인 환자’ 치료에 사용될 전망이다.
플루빅토는 치료 대안이 없던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 PSMA 표적 방사성의약품이기도 하다. 식약처는 지난해 6월 플루빅토를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 제6호로 지정하고 신속 심사해 왔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RI)와 특정 암세포를 목표로 작동하는 화학물질이 결합한 약물로, 질병 진단과 치료 영역에 모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방사성동위원소의 짧은 반감기로 인해 약효가 금방 줄어든다는 특성 탓에, 병원은 매일 생산자로부터 환자가 사용할 의약품을 공급받아야 하며, 제조사는 재고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외 기업들이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위한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지난해 말 14억달러(1조9000억원)에 포인트 바이오파마를 인수해 초기 방사성의약품 분야의 파이브라인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방사성의약품 전문 개발사 미국 아크티스온콜로지와 11억6000만달러(1조6000억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했다.
플루토빅주 개발사 노바티스는 17억5000만달러(2조4000억원)를 투자해 ‘방사성리간드 치료제(RLT)’ 개발 기업인 미국 마리아나온콜로지를 인수했으며, 아스트라제네카(AZ)는 올해 3월 캐나다 바이오텍인 퓨전파마슈티컬스을 320억 달러(43조8000억원)에 인수, 차세대 방사성접합체(RCs) 개발에 본격 돌입했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팜이 지난해 9월 한국원자력의학원과 방사성의약품 치료제 핵심 원료인 악티늄-225(Ac-225)를 활용한 신약 연구, 임상 개발 등과 관련한 협업을 위해 손을 잡았다.
또한 SK바이오팜은 SK그룹이 투자한 미국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와 협력해 안정적 RI 공급을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공개했다. SK그룹은 올해 말 방사성의약품 관련 로드맵을 공개, 미래먹거리 탐색을 위한 전략도 밝힐 예정이다.
듀캠바이오는 뇌 질환, 종양 진단 분야에 활용 가능한 방사성의약품을 통해 시장 내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 듀켐바이오는 방사성의약품 진단 기술 분야 국내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의 국내 승인도 방사성의약품 치매 표준 진단법을 보유한 듀켐바이오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초기 단계의 환자 선별, 진단 과정에서의 환자 편의, 경과 추적까지 모두 만족하는 방법은 현재로서 방사성의약품 진단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국내 레켐비 임상 과정에서도 공급된 ‘비자밀’을 비롯해 위수탁으로 공급하는 ‘뉴라체크’까지 치매 진단 방사성의약품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 앞서 레켐비를 승인한 미국 등 국가에서도 방사성의약품을 통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 듀켐바이오는 회사 주력 제품인 FDG(암진단용)을 통해 지난해 매출총이익률은 34%, 영업이익률은 15.2%로 두자릿수 마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사성의약품을 미래먹거리로 선정하고 초대형 투자를 단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신약 분야보다는 방사성의약품 원료 개발 및 진단 등에 투자를 늘리면서 차세대 의약품 대세에 합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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