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주춤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AI 시장에서 비즈니스 효과가 입증된 스타트업을 찾는 ‘옥석 가리기’로 보고 있다.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의 인공지능(AI)/딥테크 분야 스타트업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23년 2월 9건의 투자가 진행됐으나 점차 상승세를 보이며 2023년 12월 20건까지 투자가 늘어났다. 2024년 1월까지도 19건으로 상승세가 어느정도 유지됐으나 3월부터 11건으로 줄어들며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여러 AI 기업들이 투자를 유치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업스테이지, 페르소나AI, 포티투마루 등 기술력을 입증하며 어느정도 투자 이력을 보유한 기업들에만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벤처 투자 정보업체 The VC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기업들의 AI 스타트업 투자도 둔화되는 양상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올거나이즈, 스캐터랩, 페르소나AI 등에 투자하며 AI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올해 투자는 없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AI 반도체,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나 올해는 아직 투자가 없다.
KT 역시 지난해 리벨리온, 모레, 매스프레소, 업스테이지 등의 AI 스타트업에 활발한 투자를 진행했으나 올해는 투자를 집행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네이버가 가장 활발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AI 컨택센터 솔루션 개발 기업 페르소나AI, 디딤365, 포티투마루 등 3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집행했다. LG유플러스도 올해 1월 포티투마루에 투자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AI 시장이 많이 변화했다는 입장이다. 포티투마루 김동환 대표는 “2022년부터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이름에 ‘AI’만 붙어도 투자했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를 신중히 관망하고 있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투자에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며 투자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원인은 급변하는 AI 발전 속도에 있다. 다양한 AI 기술들이 빠르게 출시되면서 스타트업들의 기술 또한 수명이 점차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모델이나 서비스를 한번 공개하면 스타트업 1000개가 쓰러진다는 말이 있다”며 AI 스타트업의 현실을 토로했다.
업계는 또 다른 이유로 수익성 측면 즉, ‘AI가 돈이 되는가’에 대한 부분을 들고 있다. AI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확실히 AI 탐색기였다면 올해는 폭발적으로 성장해야 되는데 여전히 탐색기인 상황이다. 민간 기업이든 정부 기관이든 LLM(거대 언어모델)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성과를 냈다는 얘기를 아직 못 듣고 있다”고 섣불리 투자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한편으로는 투자 환경의 변화를 이유로 들기도 했다. AI 인프라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이제 자체적으로 기술력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기술 자체보다는 서비스 상용화를 잘 할 수 있는 AI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환 대표는 “기업들도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화하고 수익을 내야 하니까 어느정도 비즈니스 측면에서 성숙해 있는 스타트업에 신중하게 투자하려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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