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신규 전원 계획(믹스)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 특정 발전원의 목표 설치 용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각 전원이 경쟁을 통해 전력 시장에 진입토록 할 계획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본의 기능·역할을 재설정했다.
전기본은 2년 주기로 향후 15년간 적용될 전원 계획이 담긴다. 지금까지 전력 수요 예측을 통해 신규 전원 규모를 추산하고 이에 따른 신규 전원별 도입 계획, 즉 전원 믹스까지 직접 제시했다.
앞으론 전력 수요 예측과 필요 설비 용량은 현행처럼 전기본에 반영하되 전원 믹스는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전원 믹스는 용량 시장을 도입해 100% 경쟁을 통해 구성할 방침이다. 용량 시장은 정부가 정한 설비 용량을 경쟁입찰을 통해 확보하는 제도다.
즉, 전기본과 용량시장이라는 양대축이 각각 수요예측과 전원 믹스 구성을 결정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지난달 31일 전기본 총괄위원회가 산업부에 전달한 11차 전기본에서부터 감지됐다. 특정 발전원의 신규 설비 물량을 제시하면서도 LNG발전과 무탄소전원에 대한 용량시장도 개설했다.
용량시장제도를 전원별 칸막이가 없는 완전 경쟁 구조로 단계적으로 개방, 궁극적으로 시장이 전원 믹스를 100% 결정토록 한다는 게 산업부의 구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가 신규 전원 계획을 직접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원리를 통해 경제성, 수용성이 우수한 무탄소 전원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면서 “처음 시도해 보는 만큼 급속도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보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에선 이미 이런 방식이 안착했지만 우리는 이제 전환이 시작되는 단계”라면서 “용량시장 규모,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참여 전원 등 세부 사항은 12~13차 전기본 수립 때 단계적으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기본에 신규 전원 계획을 반영해도 100%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원 믹스에 대한 논란은 커지고 있다”면서 “해외처럼 신규 전원 선정을 시장원리에 맡기면 탄소배출이 적으면서도 경제적인 전원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원별 경쟁이 가능해지려면 전기요금 정상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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