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조선 업계간 후판 가격 협상의 대안으로 ‘포뮬러 방식’이 제안됐다. 원자재 가격에 후판 가격을 연동하는 방식인데 양 업계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철강·조선업계가 산업연구원에 공동으로 용역 발주한 ‘철강-조선 산업 상생을 위한 전략적 협력방안 공동 연구’에 후판 포뮬러 방식 도입 제안이 담겼다.
후판은 두께 6㎜의 두꺼운 철반으로 선박 원가의 2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철강·조선 업계가 후판 가격 협상에서 첨예하게 맞서면서 최근 협상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양 업계는 산업연구원에 가격 협상 방식 개선을 비롯한 협력방안 도출을 목적으로 한 용역을 발주했다.
최종 보고서에는 후판 가격 협상 방식의 대안으로 포뮬러 방식 도입 제안이 담겼다. 포뮬러는 원자재와 제품 가격을 연동하는 방식이다. 현재 철근·형강 판가는 고철 가격과 연동하는 포뮬러 방식이 이미 적용돼 있다.
산업연구원은 철강·조선업계 원가 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고려해 가격 변동률 결정을 핵심 사안으로 봤다. 이에 2009년부터 2022년까지 후판 가격 데이터를 분석했고 이를 통해 수입 후판 가격이 후판 가격 변동률을 결정하는 데 영향이 크지 않다고 결론 지었다.
그러면서 후판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스크랩, 철광석, 유연탄 가격과 조선 생산지수, 후판 대체성을 고려해 건설 기성액 등 5개 변수를 적용한 포뮬러 방식을 제안했다.
조선·철강 업계가 포뮬러 방식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두 업계가 새로운 가격 산정 방식 도입에 있어 이견을 보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포뮬러 방식 도입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인다. 국산 후판보다 저렴한 수입 후판이 협상이 기준점이 아닌 합의된 방식에 따라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포뮬러 방식 도입을 통해 후판 가격을 예상할 수 있어 매년 협상에 쏟는 노력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한 철강기업 관계자는 “포뮬러 방식이 도입되면 수요처와 판매처 모두가 예상 가능한 시장이 형성된다”면서 “합리적 수준의 변수 적용 등을 통해 가격을 도출하면 지금처럼 오랜기간 협상을 지속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조선업계는 난색을 표할 공산이 크다. 포뮬러 방식으로 가격이 결정되면 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구매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후판 가격이 일반화한 방식으로 결정되면 사이클이 긴 조선업 특성상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조선업 관계자는 “조선업은 업황 사이클 특성상 선가 변동이 크다”면서 “포뮬러 방식은 산업의 특성을 변수로 다 반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포물러 방식 도입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시초 가격을 두고 양 업계가 합일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초가격에 따라 가격 변동률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양 업계는 실제로 벌써부터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해당 가격 포뮬러는 수요와 공급 요인이 모두 다 반영됐다”며 “특정 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상승과 하락 요인을 동시해 고려해야 하는데 양 업계가 서로 유리한 요인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며 “표면적인 가격만 보고 후판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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