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인공지능(AI) 법안 재발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망무임승차방지법, 이동통신유통구조 개선, 정보통신기술(ICT) 기금 개편 논의도 22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서둘러야 할 선결과제로 꼽힌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호 법안으로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22대 국회 첫 AI 법안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AI기본법을 기반으로 고위험 AI로부터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정부 역할과 사업자 책무, 이용자 권리 등을 새로 규정했다.
과기정통부 장관이 3년마다 인공지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AI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전문인력 양성, 민간자율 AI책임성위원회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조항 등을 포함한다. 안 의원은 “AI 시대 선도를 위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기술의 제도적 기반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AI기본법 제정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권칠승 의원 주도로 내달 중 AI 기본법을 발의 예정이다. 고위험 AI 지정과 판단을 명문화하고 신뢰 검증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도 진흥 내용을 포함하면서도 규제 강도를 높인 AI 법안을 준비 중이다. 고위험 AI 기술·서비스 피해로 인한 배상 청구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하지만 민간투자를 위축시키는 과도한 책임 부여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AI 관련 글로벌 규범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국내 여건에 맞는 규범 체계 수립과 산업 진흥책 마련에 과방위 역할이 중요해졌다.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무임승차 방지와 공정기여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재발의와 논의가 시급하다. 지난 국회서 여야를 막론하고 8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정치쟁점에 밀려 폐기됐다.
유튜브로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구글은 국내 기업에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협상의무를 명시, 공정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해야한다. 해외에서도 대형 CP에 대한 망 이용대가 지불 요구가 확산된다. 한국이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후 미국, 유럽연합, 동남아시아 등으로 유사 법안 논의가 전개됐다. 국회 과방위가 적극 나서 국내 CP 역차별 해소와 ICT 생태계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논의도 이번 국회에서 결론을 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자, 단통법의 껍데기만 남은 상황에서 불법보조금으로 시장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단통법 향방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고, 장기적인 통신시장 유통구조 개선 방향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
방송통신발전기금 개혁도 과방위 주요 과제다. 기금 부과 대상을 기존 지상파·IPTV 등 허가·승인 사업자에서 유튜브·넷플릭스 등을 포함한 플랫폼·콘텐츠 업체 등 대형 부가통신사업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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