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는 강팀과 약팀이 있다. 하지만 항상 강팀이라고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도 아니고, 약팀이라고 매번 다음을 기약하는 것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짜여진 구도에서 누군가는 예상 밖의 기쁨을, 다른 누군가는 예상하지 못한 아쉬움을 느껴야 한다.
이번 LCK 스프링에서 kt 롤스터는 후자의 위치였다. 과거 2022년 기적을 써내린 표식-데프트-베릴을 영입한 KT는 팀의 미드인 비디디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했고, 스프링 스플릿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플레이오프 1라운드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시 한 번 kt에서 시즌을 보내는 비디디는 이번 스프링이 아쉽지만, 그래도 더 중요한 서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전했다. 자신과 한 팀이 되고 싶었던 데프트와 같은 팀이 되어 한 해를 보내는 중인 비디디를 만나 이번 스프링과 서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서머 스플릿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요
매번 시즌을 준비하는 것 처럼 이번 서머를 앞두고 연습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대회까지 시간이 많은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면 한 달도 남지 않았더라고요. 휴식기에는 운동을 하면서 지냈고요. 사실 보고 싶은 공연도 있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갈 수가 없어서 주로 집에서 쉬었습니다. 리그가 쉬는 기간에 제가 좋아하는 공연은 거의 시기가 맞지 않은 점이 아쉬웠습니다. 저는 루시 공연을 보고 싶었거든요.
올해 스프링에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을 하지 못해서 아쉬운 봄이 되었을 거 같습니다
경기를 잘하고 있다가 허무하게 진 부분이 컸던 거 같습니다. 그래도 지나간 경기보다 다가올 경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 올 서머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고요. 실제로 월드 챔피언십을 생각한다면 스프링보다 서머가 더 중요하기도 하고, 팀에 신인 선수도 있었던 만큼 손발을 맞추는 시간도 필요했고요. 그래서 서머에는 정말 좋은 결과를 낼 생각입니다.
새로 LCK에 올라온 선수도 있었고, 그 외에도 세 명의 선수와 시작한 시즌이기도 했죠
생각보다 빠르게 서로 손발을 맞췄다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이건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죠. 다른 팀에 비해 조금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서로의 스타일을 잘 알고, 성격 같이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도 서로 잘 알게 되었으니 서머에는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저도 올해 합류한 선수들과 같이 한 번 시즌을 보내보고 싶었고, 특히 혁규 형하고는 예전에도 같이 할 수 있었단 기회가 꽤 있었는데 올해가 되어서야 같은 팀이 되어서 좋았습니다.
데프트와 같이 해보고 싶었다고 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어떤 부분에서 데프트와 같은 팀이 되어보고 싶었을까요
경기 외적으로 정말 배울 게 많은 선수라는 생각이었고, 지금까지 혁규 형과 같이했던 선수들이 모두 형한테 배울 게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혁규 형의 입대 문제도 있어서 같이 해보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같이 할 수 있게 되어 기뻤죠. 실제로 같이 지내보니 정말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사람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자기 기분보다는 상대의 기분을 먼저 생각해 주는 사람이고, 저와 게임에 관해 생각하는 방향도 같아 잘 어울릴 수 있었죠. 다른 부분에서도 제가 많이 배우고 있고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모습을 정말 배우고 싶더라고요. 혁규 형이 다 좋은데 건강만 잘 챙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성격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올해 서포터로 베릴이 합류했습니다. 베릴이 경기 피드백을 날카롭게 하는 모습이 영상에 보이기도 했는데, 실제 같이 해보니 어떻던가요
제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던 시기와 건희형이 좋은 성적을 낸 시기가 비슷했고, 그래서 정말 잘하는 서포터라는 기억을 가지고 있었어요. 게임에 관해 배울 게 굉장히 많을 거로 예상했는데, 정말 게임에 관해서는 자기주장을 확실히 하죠. 게임 연구도 정말 열심히 하고요. 저도 연습을 하다가 모르는 부분이나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항상 건희 형에게 물어보고 있습니다. 정말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고, 게임에 관해서는 자기 이야기를 확실히 하지만 그게 실제 감정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선은 정말 잘 지키는 사람이에요. 조금 과열된 분위기에서 상대가 먼저 한발 물러서면 건희 형도 바로 알아채서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데 게임 외의 본인 관심사 부분을 보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고, 어떤 이야기를 해도 깊숙히 잘 알고 있는 걸 보면 대단하다고 느끼고요.
표식도 분위기를 잘 타는 선수로 알려져 있는데, 비디디가 보는 표식은 어떨까요
성격이 진짜 좋고, 게임 내에서는 다른 선수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요. 그러면서 플레이는 공격적으로 하고요. 올해 선수단이 처음 모였을 때 창현이만 컨디션이 안 좋아서 살짝 늦었는데, 그전까지는 조용했던 분위기에서 창현이가 오니까 많이 풀어지더라고요. 반면에 여린 부분도 있긴 하지만 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건 정말 잘 해주죠.
올해 LCK에 처음으로 합류한 퍼팩트는 반대로 말이 많은 편은 아닌 거 같습니다
승민이도 저처럼 친해져야 많은 이야기를 하는 거 같더라고요. 생각하는 건 많은데 아직 표현하는 게 조금 서툰 거 같아요. 아마 팀원들의 경력이나 나이가 있다보니 그런 게 아닐까 싶긴 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조금 더 편하게 생각했으면 하고, 게임 실력은 정말 많이 성장했다고 느껴요. 처음에 경기 내에서 콜이 부족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편해지니까 많이 좋아졌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그렇다면 스프링에서는 어느 정도의 성적을 기대했을까요
플레이오프는 무조건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적어도 2라운드는 올라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정규 경기는 4위로 끝냈는데, 플레이오프 2라운드를 나가지 못해 아쉽게 됐지만, 그래도 발전할 부분이 많이 보인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문제점을 확인했으니 그 부분을 고치면서 서머에 올 메타에 대비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어요.
이번 MSI를 보면서 느낀 점도 있었을 듯 합니다
이번 MSI에서 나온 스왑 메타는 별로 마음에 안 들었지만, G2 이스포츠가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죠. 한국 팀은 더 잘한다는 느낌이었고요. G2의 미드 캡스가 잘 한다는 인상을 받았고, 팀 전체적으로도 유기적인 플레이가 잘 나온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생각했죠. 게임 내에서 팀 플레이의 집중도가 높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결국 MSI는 젠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과거 CJ 시절 동료였던 핼퍼가 코치로 있는 팀이죠
젠지에서 나온 영상을 보면 영재 형의 말투가 예전이랑 정말 똑같더라고요. 영재 형의 큰 장점이 상대의 기분을 생각하면서 이야기 하는 거고, 같은 팀 시절에도 정말 좋았던 경험이었거든요. 코치가 된 지금 역시 선수들에게 잘 설명해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예전 생각도 나고, 영재 형도 잘 되어서 저도 좋았습니다.
CJ 시절 핼퍼와 트릭, 비디디, 고스트, 맥스 다섯이 함께 지냈는데, 최근에도 서로 연락을 하나요
아쉽게도 연락은 잘 안하고 있어요. 연락처도 모르는 경우가 있고, 용준이와 생일 때나 연락하거나 궁금한 게 있을 때 물어보는 정도죠. 저랑 용준이가 저 다섯 명 중에서 어린 편이었는데, 그래서 가장 늦게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스프링 스플릿이 끝나고 게임단 행사로 kt 위즈 경기장도 다녀왔었습니다. 이런 비시즌 팬 행사를 해보니 어떻던가요
경기 일정이 끝나면 팬들을 만날 기회가 얼마 없죠. 리그 중에도 경기에서 이겨야 팬 미팅도 하는데, 승리하지 못하면 이야기도 못 나누거든요. 그래도 이번 기회가 있어서 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같은 KT라는 이름을 가진 야구팀을 팬들과 함께 응원하는 것도 재미있던 경험이었고요. LCK에 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는 관중분들도 저희를 보고 좋아해 주시는 걸 보고 힘을 얻었죠.
전체척으로 LCK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비디디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이 늘었을 거 같습니다
예전에는 아니었는데, 최근 들어서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생겼어요. 여전히 쑥스럽긴 하지만 기분은 좋더라고요. 이렇게 인기를 얻고 관심도 늘어난 만큼 더 좋은 성적이나 결과를 내고 싶죠. 그래서 서머에서 꼭 우승을 하고 싶고, 혁규 형이 정말 마지막 기회일 수 있으니 월드 챔피언십을 다시 한번 가고 싶고요. 저도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하면 좋지만, 혁규 형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비디디도 이제 경력이 쌓인 만큼 선수로서 성장한 부분이 있을 듯합니다
아무래도 게임 실력은 당연히 성장해야 하고, 신인 선수의 본보기가 되는 연차가 되다 보니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다보니 과거 같은 팀에 있었던 종인이 형이 생각나네요. 제 커리어 첫 우승을 함께 했는데, 게임에서 감정이 개입하면 좋지 않다는 것을 배웠거든요. 감정이 들어가면 팀원과 다툴 수도 있고, 라인전에서 무리하다가 오히려 게임을 망칠 수도 있죠. 당장의 감정보다 전체적인 상황을 읽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 게 제게 컸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LCK의 체크 포인트 중에 비디디가 페이커의 연락처를 받았는 지가 포함되는데, 지금은 좀 어떤가요. 과거 미드 단합대회도 같이 촬영하면서 진전이 있었을 거 같습니다
사실 저한테 연락처를 줄 이유도 없고, 제가 받는다고 해도 연락을 하지도 않을 거예요. 이제는 전화번호에 큰 집착을 하지 않는데, 워낙 유명한 이야기도 됐고 재미있는 구도다 보니 다들 관심을 계속 가져주시는 거 같습니다.
이제 인터뷰를 마치면서 계속 응원을 보내줄 팬들에게 인사 부탁하겠습니다
서머 스플릿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꼭 후회 없는 경기를 하는 게 목표고, 팬들이 더 많이 웃을 수 있게 노력해서 이기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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