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어도어와 뉴진스에 관한 비전이 있다면 저와 협의하시겠죠. 그게 어도어의 이익이고 뉴진스의 이익입니다. 저는 자회사 사장이기 이전에 어도어 대표입니다. 그러라고 독립법인이 있는 겁니다. 하이브가 어도어를 건드리지 않으면 조용히 할 일 하면서 이익을 내겠습니다. 그 이익은 하이브 주주환원으로 돌아갈 겁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말했다. 민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하이브에 화해를 제안하면서 어도어의 자율성과 민희진 대표이사를 해임하지 말 것을 보장하라고 요청했다.
민희진 대표의 두 번째 기자회견을 요약하면 민 대표가 하이브에 외통수(체크메이트) 제안을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민 대표는 아직까지는 대표이사에서 해임될 가능성이 크다. 어도어 이사회에서 민희진 대표이사 해임 안건을 결의할 수 있어서다. 현재 어도어 이사회는 민희진 대표이사와 하이브 임원 3명 등 총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민 대표는 5월 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임되지 않았다. 5월 30일 법원으로부터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이 인용됐기 때문이다. 하이브가 민희진 대표이사 해임 안건에 찬성할 수 없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었다. 그렇다고 대표이사직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민 대표가 이번 기자회견으로 하이브에 화해와 대화를 요청하면서 ‘어도어를 내버려둬라’라고 한 건 대표이사 해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함이다.
민희진 대표 법률대리인인 이수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어도어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하기 때문에 이사회 결의가 있으면 해임될 수 있다”며 “법원의 가처분 결정 취지는 민희진 대표가 대표이사, 사내이사로서 해임 사유가 없다는 취지라 3인의 하이브 측 이사가 그 취지를 존중한다면 해임 결의를 행사할 수 없지만 법적으로 이사의 의결권 행사 여부를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희진 대표가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박지원 하이브 대표 등 하이브 경영진을 상대로 건 외통수 제안은 ‘배임’이다. 민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하이브 자회사 어도어의 사장이기 이전에 어도어 대표이사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민 대표는 자신이 모회사 하이브와 이해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어도어의 이익을 위해 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어도어의 이익이 늘면 결국 모회사 하이브도 이익이라는 것이다. 만약 하이브가 자신을 해임하면 어도어는 긴 내부정리를 거쳐야 하고 그동안 이익을 내지 못하게 된다고 말한 셈이다.
민희진 대표는 “저는 뉴진스 멤버들과 일하며 공유한 비전이 있다”며 “해임될 요건이 없음에도 해임돼 그 비전이 꺾인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저희뿐 아니라 주주분들에게도 큰 피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뉴진스는 6월 도쿄돔 팬미팅을 준비하고 있고 내년에 계획한 월드투어 시작 전 음반 발매도 올해 연말쯤으로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게 한달쯤 분쟁하면서 보류·취소·고민되는 상황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민 대표는 모회사와 이해충돌에 관해서도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이브에 많은 사업부서와 계열사가 있는데 내부 인프라를 이용하고 싶지 않아도 그러기엔 모회사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왠만하면 계열사를 이용하는 게 우선이지만 제가 필요한 업무 역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이 들면 다른 외부 업체와도 일할 수 있다”며 “이럴 때 솔직히 (하이브에) 눈치가 보이고 (하이브가) 눈치를 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어도어 이익 극대화를 하려면 내부 인프라와 외부 업체를 계속 경쟁 붙여 더 나은 품질의 서비스를 더 적은 금액으로 선택해야 한다”며 “이런 부분에 관한 이해관계가 달라 문제가 생긴 일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를 향해 주주간 계약이 어떻게 수정되건 상관없으니 경업금지 조항을 없애면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을 포기하겠다고도 밝혔다. 민 대표는 한발 물러선 대신 자신을 대표에서 해임하지 말고 어도어에 확실한 자율성을 보장하라고 한 셈이다.
민 대표는 “이사회가 당장 다음주에 열릴 수도 있는데 만약 이번에 선임된 하이브 측 이사진이 일을 도와주지 않아 회사(어도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되면 회사의 배임이 되므로 그런 판단은 하지 않을 것 같다”며 “하이브가 어도어와 뉴진스를 발전시키기 위한 비전이 있으면 저와 협의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모회사 하이브의 이득을 지키려면 뉴진스나 어도어를 배신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지만 저는 어도어의 대표이사다”라며 “그러라고 독립법인 어도어가 있는 거지 하이브 이득만 지키려면 독립법인이 아니라 팀으로 있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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