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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박쥐는 어떻게 됐나?…이해진, 줏대 있는 목소리 내야 [데스크 칼럼]

데일리안 조회수  

日 라인야후 “네이버, 지분 넘겨라”

데이터 주권 시대 라인야후 뿌리 논란…예고된 파국

양국 외교관계에 반일·혐한 감정까지 자극…이해진, 침묵만이 답 아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네이버

“라인은 일본회사.”

2016년 라인 일본 상장을 기념해 가진 닛케이 비즈니스 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이렇게 말했다. ‘라인은 한국 기업입니까, 일본 기업입니까?’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라인이 일본의 법률에 따라 관리 운영되고 세금도 일본에 납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 대신 그는 라인의 진짜 뿌리가 한국이라는 사실은 철저히 감췄다.

그랬다. 립 서비스였는진 몰라도 이해진은 한일관계의 복잡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 비즈니스맨이었다. 그 시기 일본에선 한국산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사업을 한다는 것은 크나큰 모험이었다. 일본은 서양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아시아를 한 수 아래로 보는 뿌리 깊은 자국 중심주의와 우월주의가 짙다. 식품을 제외한 상품들이 일본에서 한국산임을 될 수 있으면 밝히지 않는 이유다. 삼성은 한국산에 폐쇄적인 일본 시장을 뚫기 위해 삼성 로고를 지우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으나 이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더욱이 라인은 일본이 키운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입고 성장했다. 무엇보다 라인 개발 배경엔 일본인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동일본 대지진이 있다. 라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가족, 친구들과 긴급히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핫라인으로 인식되며 급성장했다. 태생적으로 일본인들과의 공감대가 있다. 이런 일본과의 공감대들이 “라인은 국민 메신저”라거나 “라인은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일본제 히트 상품”이라는 우호적인 이미지를 갖게 했다. 라인이 일본에서 96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최대 메신저로 성공한 것도 이 창업자의 이 같은 비즈니스 전략에 기인한 바가 크다. 회사 이익을 위해서 이리저리 몸을 굽힌 셈이다. ‘네이버라인’이 소프트뱅크와 합병해 ‘라인야후’가 된 것도 어떻게 보면 한국 국적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뾰족한 답이 없어 나온 고육책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인공지능(AI)·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해진의 이런 전략은 엉키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안보의 차원에서 데이터 주권(主權)과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으면서다. 데이터 주권은 AI와 플랫폼에 대한 통제권을 자국 정부와 기업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 4월 중국 플랫폼 틱톡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중국 기업이 미국인들의 개인정보를 소유할 경우, 경제뿐 아니라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일본 정부는 공개적으로 라인야후에 ‘네이버 잘라내기’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 국민의 민감한 정보를 한국의 시스템 아래에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일본 정부가 이해진에게 라인의 진짜 뿌리가 어디냐고 물어본 셈이다. 이해진으로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서 가고 싶겠지만, 그럴 수 있는 선을 넘고 있다. 점점 덮어두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공개적으로 나선 이상, 이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 문제가 지금처럼 양국의 반일-혐한 감정으로 번지면 라인의 주 고객인 일본인 사용자들을 자극하게 돼 네이버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해진에게는 장기적으로 불리한 싸움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해진 앞에 선택지는 오직 2가지다. 남거나 떠나거나다. 이런 상황에서 침묵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거나 악화시킬 뿐이다. 그래서 이해진이 나서 선을 확실하게 그어야 한다.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는 두루뭉술한 대답 대신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미 라인야후 사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네이버 주가는 연일 저점을 경신 중이다. 한때는 대표 성장주로 개인 투자자의 사랑을 받았지만, 어느새 손실 투자자 비율이 99%를 넘겼다.

이솝 우화에서 박쥐는 새와 짐승이 싸울 때 이리저리 눈치만 보다 양쪽으로부터 모두 버림을 받았다. 결국 박쥐는 짐승 편에도 새 편에도 들지 못한 채 동굴에 홀로 처박히는 신세가 됐다.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이해진도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도 네이버가 도움을 요청하면 상대국이 어디냐, 어떤 기업이냐를 떠나 국익 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데일리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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