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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입성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급여적용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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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주목받은 ‘레켐비’가 국내 허가를 획득한 가운데,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가 의약품인 만큼 건보 급여 적용을 통해 많은 국내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허가와 동시에 보험 대상을 적용한 일본과 달리 미국 내에서는 보험 지급이 거부되고 있어 국내 규제 당국의 판단이 주목된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신약 ‘레켐비주(성분명 레카네맙)’. / 에자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신약 ‘레켐비주(성분명 레카네맙)’. / 에자이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에자이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신약 ‘레켐비주(성분명 레카네맙)’를 정식허가 했다.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함께 개발한 신약 레켐비는 알츠하이머에 의한 경도 인지장애(MCI)를 치료하는 ‘항아밀로이드 베타(Aβ)’ 항체다. 현대 의학에서는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과다 생산·축적된 Aβ는 끈적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뇌와 뇌혈관 주위에 쌓이면서 질병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레켐비는 아밀로이드를 제거할 뿐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를 지연시켜 근본적인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그간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처방받던 약물은 증상을 억제시킬 뿐 원인 자체에 대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했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을 살펴보면, 18개월간 2주에 한번 정맥주사로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들이 위약(가짜 약)을 투여 받은 대조군에 비해 인지능력 저하가 27% 늦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레켐비는 지난해 1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조건부 승인을 획득한바 있으며, 7월에는 초기 알츠하이머병의 질환 진행 및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인정받아 FDA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치료제로 등극했다. 같은 해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정식 승인도 획득했다.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판권을 가진 에자이는 지난해 6월 국내 식약처에 초기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치매 치료 목적으로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에자이가 레켐비 판권을 행사하기 위해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것은 아시아지역에서 한국이 최초로, 1년만에 이달말 최종 허가를 얻었다.

다만 국내 알츠하이머 환자와 가족들은 레켐비가 너무 고가의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적용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켐비가 승인 되지 않았던 올해 초, 이미 국민동의청원에는 ‘FDA 승인 치매 치료약 레켐비 건강보험 적용 건에 관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신약 비용이 매년 3000만원~3500만원으로, 이런 상황이면 저 포함 많은 치매 환자들이 고비용으로 인해 혜택 밖으로 밀려 나갈 수밖에 없고, 간절히 고대하던 신약 혜택은 어려워질 것이다”며 “부디 수많은 치매 환자들을 간절한 혜택을 위해 건강보험 적용도 국내 출시와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검토 바란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에서는 아직 가격이 정확히 책정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경우 레켐비 연간 치료비용은 2만6500달러(3600만원)에 달한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레켐비 정식 승인과 함께 공적의료보험 대상에 등재시켰다.

이로 인해 올해 3월 기준 일본 내 레켐비 투약인원은 300명을 넘어선 상황으로,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일부 민간 의료보험사들이 레켐비에 대한 보험보장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블루크로스 블루쉴드 협회(BCBSA) 소속 미국 사보험사인 하이마크와 인디펜던스 블루 크로스 등은 레켐비의 효능이 아직 실험적이라며 보험 지급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BCBSA는 독립적으로 구성된 34개 민간보험사 연합체로서 미국 내 가입자 1억1500만명 이상을 보유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험단체다.

이들 기업은 뇌출혈, 부종 등 레켐비 부작용 사례를 이유로 약물 투여를 통한 이점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 1위 민간보험사 유나이티드 헬스도 레켐비 치료비 지원에 대해 뚜렷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내에서 레켐비는 공보험 ‘메디케어(Medicare)’ 적용 대상으로 포함돼 있지만, 미국은 주로 가입자가 많고 영향력이 큰 사보험 제도를 통해 혜택을 받는 구조다. 즉, 사보험 기업이 레켐비에 대한 보험금 지불을 거부했다는 의미는 국내 기준으로 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간주된다.

레켐비의 주요 부작용으로는 일정기간 복용 시 뇌를 수축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과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 항우울제와 함께 복용할 시 ‘뇌내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 등이다.

일각에서는 레켐비가 일본과 미국 내 공적보험 적용 대상으로 포함된 만큼 국내 급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국내 레켐비 유통 및 홍보·마케팅을 주도할 예정인 한국에자이는 레켐비 정식 허가 이전부터 급여화 작업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규제당국도 허가급여평가 연계대상 품목으로 레켐비를 분류하고, 급여 적용 적정성 평가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일종의 보험 약가 패스트트랙인 허가급여평가 연계제도를 통해 레켐비의 급여 여부를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전성·유효성 심사 결과가 나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요양급여가 결정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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