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제주에서 열렸던 ‘제11회 국제 e모빌리티 엑스포’에서 아세안(ASEAN) 전기차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아세안의 적극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자율주행, 전기추진선박, 도심항공교통(UAM) 등 한국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환경보호를 위한 전기차 확산,전기차·자율주행을 통한 다양한 모빌리티 기기와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 바다·섬이 많은 특성을 고려한 전기추진선과 UAM 상용화가 아세안 국가에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모빌리티 시장에서 앞으로 아세안 국가와 협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최근 동남아 시장에서는 한·중·일 3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 주요 회사들도 탈중국화 트렌드에 따라 동남아 시장을 강화하고 있다. ‘K팝’도 국내 회사들의 진출에 큰 도움이 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판매 1위를 비롯해 싱가포르 HMGICS 공장, 인도공장 등 동남아 지역과 인도 시장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삼성도 베트남·인도를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재편 중이며, 동남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 관련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의 라인야후도 동남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과 멀어지는 중국은 동남아와 중동 시장 확대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이 러시아와 협력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유럽과 크게 멀어지는 상황이다. 중국이 독일 자동차를 수입하고, 독일이 중국의 스마트폰을 수입하는 전통적인 협력양상이 크게 바뀌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폭스바겐 점유율이 크게 하락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중국 이동통신장비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동남아 시장 진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옴디아 보고에 따르면 화웨이의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31.3%로 2022년 31.6%와 비슷한 수치로 1위를 기록했다. 미국·유럽 통신 장비 견제 속에서 동남아 지역에서 시장을 크게 넓힌 결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는 올 1분기 동남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삼성이 19%로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1분기 27%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반면 중국의 트랜션·샤오미·오포·비보의 점유율은 지난해 총 50%에서 2024년 총 62%로 증가했다. 중국 동남아 자동차 시장 진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의 동남아 주요 6개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21년 7%에서 2023년 52%로 크게 증가했다. 태국의 경우 현지 공장을 건설하는 비야디(BYD)가 35.4%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중국 전기차 업체의 점유율은 76%에 달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도 환율효과 등으로 경쟁력을 확보, 동남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통신장비 업체 라쿠텐 심포니는 오픈랜 5G 장비의 필리핀 수출을 진행 중이다. NTT도코모와 NEC도 동남아 시장 진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동남아 자동차 시장 방어를 위해서 다양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동남아 시장 경쟁에는 정부 차원의 지원도 중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남아 시장 강화를 위해 민관협력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단순히 민간 업체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유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3년 10월 열린 한·싱가포르 미래 모빌리티 세미나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한국자동차연구원·주싱가포르대사관·현대자동차·한국모빌리티학회 등 협력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시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 시장을 위해 정부 차원 지원 정책과 유기적 민관협력으로 시장 강화에 노력해야 한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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