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위기 대응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개편한 가운데 경영진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고경영자(CEO) 직속 위원회에서 중대 경영사항에 대해 숙의하면서 대응한다. 카카오는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기능을 강화하면서 계열사 이슈까지 조율한다. 플랫폼 규제 리스크, 인공지능(AI) 전환 등 위기상황이 강화되는 가운데 나온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 직속으로 운영하는 위원회를 수시로 열고 주요 결정사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글로벌경영 △프로덕트&테크 △임직원성장 위원회를 신설한 바 있다. 이 위원회에는 최수연 CEO를 비롯해 네이버의 핵심 C레벨이 참여하고 있다. 장기간 논의가 필요한 경영 안건이나 ‘팀네이버’ 차원의 조율이 필요한 현안 등을 주로 논의한다.
특히 네이버가 글로벌 경영전략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위원회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는 기존에도 기술성장위원회, 서비스운영위원회 등을 운영하면서 굵직한 현안에 대응한 바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는 예전에도 주요 의사결정 중에 여러 조직이 걸쳐있는 안건은 버추얼(Virtual)한 회의체에서 결정을 해왔다”면서 “경영진이 통상적으로 결정하는 것보다 더 숙의가 필요하거나, 여러 사람의 시각과 의견이 필요한 안건을 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네이버의 움직임에 대해 외부에서는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위기상황에 대응해 C레벨 차원 대응과 권한이 강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네이버는 위원회를 수시로 재편하면서 현안에 대응한만큼, 기존과 비슷한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네이버는 실무조직을 수평화하면서 서비스 혁신도 도모한다. 네이버는 지난달 5개 사내독립기업(CIC)을 12개 전문조직으로 세분화했다. CIC는 독립성이 강한 조직으로 네이버 혁신 서비스를 탄생시킨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CIC는 부서장의 책임과 권한이 강한 조직으로 장벽이 강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네이버는 CIC를 전문조직으로 개편하면서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를 갖췄다. 혁신 프로젝트들이 만들어지기 좋은 환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네이버는 근본적으로 개발자 중심으로 서비스 테스트를 해가면서 방향을 찾아갔다”면서 “고객이 요구하는 사항을 빠르게 반영해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좋은 플랫폼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또한 정신아 대표 취임 이후로 콘트롤타워인 CA협의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CA협의체 산하 5개 위원회의 위원장 선임을 마무리하면서 강력한 의사결정 기구로 발돋움하고 있다. 카카오 공동체의 경영판단과 함께 투자사와 관계사의 경영 이슈까지 관리한다. 계열사 자율경영을 보장하면서도 준법경영 등 기준에 벗어나는 이슈에 대해서는 CA협의체에서 관리하는 차원이다. SK그룹 이슈를 조율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와 같은 기업문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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