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 있는 레이싱 경기장 스피드웨이. 람보르기니가 주최한 ‘우라칸 트랙데이’를 맞아 ‘우라칸 STO’를 타고 4.3km 트랙을 주행했다. 람보르기니 차량 인스트럭터는 “우라칸 STO는 내연기관 차량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차”라며 “양산차 가운데 가장 레이싱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우라칸 STO에 탑재된 640마력 자연흡기 V10 엔진은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더 이상 생산되지 않을 예정이다. 곧 사라질 V10 엔진 성능을 4.3km 길이의 트랙을 주행하며 직접 느껴 보기로 했다.
안전을 위해 방염 기능이 있는 두건과 헬멧을 착용하고 차량에 탑승했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초. 폭발적인 배기음과 함께 차량이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수신기에서 흘러나오는 인스트럭터의 안내 음성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이 같은 강력한 배기음이 운전의 즐거움을 한껏 끌어올려 주는 것만 같았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전기차 시대에는 내연기관 특유의 배기음이 사라지니 람보르기니의 매력도 반감되는 게 아닐까. 람보르기니는 2028년 첫 순수 전기차(EV) ‘란자도르’를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람보르기니의 생각은 달랐다. 람보르기니 프란체스코 스카르다오니 아시아태평양(아태) 총괄은 “고객이 탑승해 눈을 감고 있어도 람보르기니 차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소리를 개발 중”이라며 “기존 내연기관의 소리를 따라 하는 것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람보르기니만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개발해 내연기관 배기음 못지않은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설명이다.
직선 구간에 이르자 순간 시속이 200km를 넘겼다. 차량 흔들림이 적어 빠른 속도가 잘 체감되지 않을 정도였다. 우라칸 STO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km에 이르는 시간은 9초에 불과하다. 외부 패널의 75%에 가벼운 탄소섬유를 사용한 덕분에 공차 중량이 1339kg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차량 무게를 줄이기 위해 ‘우라칸 페르포르만테’보다 20% 더 가벼운 앞유리를 달았다.
곡선 구간을 100m 앞두고 브레이크를 밟자 순식간에 시속 80km 아래로 뚝 떨어졌다. 우라칸 STO의 장점은 이곳 곡선 구간에서 빛을 발한다. 람보르기니 주행 제어 시스템인 ‘LDVI’가 작동해 도로 조건에 알맞게 차량을 선제적으로 제어해 준다. 덕분에 빠른 속도에서도 접지력을 극대화해 안정적으로 곡선 구간을 지나갈 수 있었다.
람보르기니는 전기차 시대에도 곡선 주행 성능이 차별화될 강점으로 기대한다. 스카르다오니 아태총괄은 “전기차의 제로백 등 횡적인 가속력은 평준화되고 있지만 핸들링 같은 종적인 움직임에서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람보르기니가 내연기관에서 보여준 운전 성능을 전기차에서도 똑같이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용인=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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