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시설인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 냉각기 ‘칠러’ 공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AI라고 하면 반도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 반도체들을 적용해 데이터센터를 원활하게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가전 명가’ LG전자가 보유한 냉난방 공조 기술력이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미국에 구축되는 대형 데이터센터 단지에 칠러에 기반한 대규모 냉각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계약으로 LG전자는 칠러 100대 이상을 납품하게 될 것으로 파악됩니다.
AI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서버 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발열을 제어하는 냉각시스템 수요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업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 시장은 2023년 148억5000만달러(약 20조원)에서 오는 2030년 303억1000만달러(약 41조원)로 연평균 약 10% 수준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데이터센터에서 열을 제때 식히지 못하면 반도체를 비롯해 고가의 부품들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때 30도가 넘는 열이 발생하는데, 부품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20~25도 수준으로 낮춰야 합니다. 현재 대다수 기업은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 내에 공기를 통과시켜 열을 식히는 방식(공랭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칠러는 차갑게 만든 물을 열교환기를 통해 순환시켜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LG전자는 지난 2011년 LS엠트론 공조사업부를 1503억원에 인수하며 칠러 사업에 본격 진출했습니다. LG전자가 공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배경은 가전에 탑재되던 부품 기술력을 칠러 사업에 접목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LG전자는 공조 제품의 핵심인 컴프레서와 모터를 자체 개발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컴프레서는 냉장에 필요한 냉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모터는 전기 에너지를 기계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핵심 부품으로 가전제품의 성능과 에너지 효율, 수명까지 좌우합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북미 테크 콘퍼런스’에서 “앞으로 지어지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데이터센터에 LG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냉각기가 쓰일 것”이라며 “AI 반도체를 만들고 AI 데이터센터를 만들어야만 AI 기업이 아니다. 이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비즈니스를 이어가면 LG전자도 AI 시대의 수혜를 입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LG전자의 칠러 공급이 확대되며 실적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냉각시스템인 칠러는 연평균 40% 수준의 매출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올해 LG전자 영업이익은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B2B(기업 간 거래) 냉난방 공조시스템 매출 증가 영향으로 전년 대비 24% 늘어난 약 4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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