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dict
자동차보다는 다양한 목적을 위한 ‘플랫폼 자동차’
GOOD
– 20년간 이어온 생명력은 여전
– 막 써도 될 것 같은 신뢰도 & 좋은 연비
BAD
– 바디 온 프레임 차체 구조는 기회와 한계 둘 다 만든다
–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디자인
Competitor
– 현대차 스타리아 : 같은 장점 다른 단점
– 기아 타스만 : 기다리시라. 곧 시한부선고 떨어진다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을 수일간 시승했다. 십 수년간 개선해온 KGM 대표 픽업트럭으로 사실상 국내 유일한 모델이자 이번에는 하드쉘 루프탑 텐트까지 얹었다.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벙커롤바 위에 얹은 이 텐트는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이 자동차 역할 뿐 아니라 다양한 목적에 걸맞도록 바꿀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현대의 자동차들은 지난 100여년간 지속했던 공간 이동의 매개체로서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은 이런 역할에 걸맞는 확장능력을 갖춘 몇 안되는 모델이다. 벙커롤바 위 루프탑 텐트를 얹은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 첫 인상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전장이 5,415mm에 이르는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은 그야말로 메머드급 픽업트럭이나 다름없다. 1,895mm나 되는 높이는 루프탑 텐트를 얹어 가뜩이나 높은 이 차의 키를 한참이나 더 키웠다. 벙커롤바 두께마저 성인이 한손으로 움켜쥐기 어려울 만큼 두껍다. 여기에 적재공간은 성인 3명은 충분히 누울 수 있을 만큼 광활한 공간을 품었다.
전면부 디자인도 만만치 않다. 쿼드 램프로 광원을 도열한 좌우 헤드램프는 오묘한 주간주행등과 어울려 멋을 잔뜩 부렸다. 그릴도 KHAN 레터링을 큼직하게 새겨넣었다. 심지어 이번 시승차는 언더커버까지 붉은색으로 장착해 다시한번 힘을 실었다.
반면 인테리어는 사뭇 차분하다. 물리버튼을 극적으로 없앤 센터페시아. 공조기 버튼은 없고 인포테인먼트 조작을 위한 버튼도 모두 버무려 터치 패널속에 담았다. 12.3인치 인포콘 AVN은 깜짝 놀랄만큼 최신의 것이다. 스마트폰 커넥티비티나 차량관리, 안전 및 보안, 차량 운행 관련 세부 서비스 항목과 주요 뉴스에 학습 스트리밍까지 그야말로 어지러울 정도. 심지어 뒷자리 승객이 잠들면 2열 스피커 출력을 낮추는 장비도 갖췄다.
어색하지만 불쑥 치솟은 기어봉, 오랜만에 어루만져 본 사이드 브레이크 레버도 있다. 스티어링 휠은 대체로 손잡이가 얇고 원은 큰 편으로 경쟁사의 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 시트는 전동식으로 조절되며 쿠션이나 디자인 등은 대체로 평이한 수준. 조작감이나 공조기 조절부는 대체로 한세대 이전 자동차들에게서 느꼈던 것이다.
콘솔박스나 글로브 박스는 모두 KGM 이전 쌍용의 시대에도 동일한 것을 썼다. 다만 2열의 리클라이닝 각도는 상당히 개선했으며, 카매트는 잘 짜놓은 직물 형태로 세척과 설치가 매우 간단한 것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썬루프는 버튼식으로 ‘텅’하고 열리면 잡아당겨 닫는다. 2열도 마찬가지로 전체 실루엣은 이전과 동일하고 창문의 넓이나 시트 바닥 공간 활용 역시 이전과 같다. 다만 시트 소재나 발놓은 공간과 벨트라인은 일부 조정해 공간의 거주성을 끌어올렸다.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 파워트레인은 2.2 LET 디젤엔진으로 배기량 2,157cc로 최고출력 202마력을 낸다. 하지만 본격적인 매력은 이런 수치가 아니라 견인능력에 특화된 4WD를 발휘할 수 있는 차동기어 잠듬장치. 트레일러 움직임까지 감지해 구동력과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트레일러 스웨이 컨트롤 기능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가 가진 자동차 자체의 동력성능보다는 이 성능을 활용한 다방면의 활용능력을 주목해야 한다. 트레일러를 끄는 일이나 루프탑 텐트를 얹거나 보트를 이동시켜야 하는 등의 역할이다. 다시 말해 동력원으로서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일 때 가장 빛날 수 있다.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 설계는 그런 목적이다. 다이내믹 5링크 서스펜션 그리고 흔히 ‘판 스프링’이라 부르는 리프 서스펜션 역시 별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그렇다. 심지어 KGM은 이 차에 어드벤처 패키지를 구성했는데, 차고를 10mm 높여 험로 주파 능력을 개선하는 시도도 했다. 한마디로 차를 고른다기 보다 레저활동을 펼치는 하나의 플랫폼과 같은 차다.
주행은 서울과 수도권을 아우른 2일간 500km 온오프로드에서 진행했다. 캠핑용품이 적재공간을 꽉 채운데다 한덩치 하는 루프탑 텐트까지 얹은 묵직한 상태임에도 첫 발진 자체는 가뿐하다. 중고속까지 잇는 가속성능도 탁월하다. 중요한 점은 덩치와 무게가 전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2.2 LET 엔진의 ‘LET’는 저속에 최대토크 대부분을 쓸 수 있다는 뜻 이기도 하다. 다만 바디 온 프레임 차체는 구조적으로 차체 진동을 소화해내기 어려워 잔진동이 심하다는 핸디캡도 여전했다.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은 트럭이다. 이 차의 승차감을 승용차의 기준을 빗대어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스티어링 휠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리는데 3회전 이상 걸린다. 그만큼 U턴을 하기 위해 운전대를 돌리는 범위가 더 크다. 언뜻 굼뜨다고 느낄 정도로 반응은 ‘빠릿’하기 보다 느긋하다. 반면 제동력은 적재무게가 올라갈수록 더뎌 지지만 최대적재량 500kg을 모두 올려도 다루기에 부담스럽지 않았다.
주행간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같이 동행한 탑승자들은 도통 이 차의 승차감에 적응하지 못하고 울렁거림을 호소했다. 승용차에 익숙한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응당 겪어야 할 터.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이 대중차로 넘어야 할 문턱이다. 특히 소음은 상당히 절제한 수준이지만 잔진동이 많은데다 바퀴의 상하운동폭이 크다 보니 약간의 험로에만 들어서도 차체 상하 거동이 크게 느껴진다.
캠핑장에 도착해 텐트를 펴고 침낭 세트를 툭 던져 놓는 것만으로 준비는 끝났다. 걸린 시간은 채 10분도 되지 않았다. 공간의 제약도 적었고, 루프탑 텐트 위에서 즐기는 풍광도 사뭇 새로웠다. 그리고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가족 간의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는 소중한 계기를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의 루프탑 텐트가 아니었다면 소중한 시간은 더 짧았을 터. 캠핑장까지 여정을 풀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 막내 아들은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출발할 때와 비교해 더 적응하기 수월했다는 소감도 전해줬다.
몇 일간의 시승으로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을 알차게 경험했다. 그걸로 다 알 수 있겠냐고 물을 수 있다. 내 대답은 ‘모른다’다. 하지만 이 글을 쓴 나와 같은 50대 언저리의 성인 남자라면 2002년 무쏘 스포츠를 시작으로 액티언 스포츠(2006), 코란도 스포츠(2012), 렉스턴 스포츠 및 칸(2018)에 이르기까지 약 20년 동안 이 차를 한번쯤 경험했을 터.
나는 다행히 대부분 차종을 소유했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종합해 보자면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은 구매 전에 용도를 꼼꼼히 결정해야 한다. 이 차는 ‘자동차’라기 보다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인식하는 편이 더 받아들이기에 수월하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로 이번 시승은 캠핑을 위한 플랫폼이었고,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은 그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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