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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된 간호법, 심상치 않은 기류…이번엔 간호사 투쟁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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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갈등으로 의사들이 근무현장을 이탈해 국민보건의료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병원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마저 21대 국회가 간호법 제정을 이루지 못했다며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현재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는 진료지원(PA) 간호사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간호계는 법안이 무산될 시 시범사업 보이콧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해 진료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간호법안 제정을 촉구하며 단체로 팻말을 들고 있다. / 뉴스1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간호법안 제정을 촉구하며 단체로 팻말을 들고 있다. / 뉴스1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열고 21대 국회에 간호법 즉시 통과를 재차 촉구했지만 사실상 무산 가능성이 높아졌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처우 개선, 지역공공의료와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한 간호정책, 간호인력 확보에 대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노인·장애인 등에게 요구되는 간호·돌봄 제공체계를 담은 법안이다.

대한민국 현행법 상 간호법은 의료법, 보건의료인력지원법 하에 놓여있는데, 간호계는 이를 별도 간호법으로 재정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하고 적정수의 간호사 확보 및 처우 개선 등을 규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2022년 간호법 재정을 위한 본격적인 투쟁을 시작한 간호계는 그간 의료계가 간호법 제정안에서 문제시한 ‘간호사 독자 의료활동’을 현행 의료법과 유사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변경하는 등 중재안까지 내놓으며 국회에 간호법 재정을 압박해왔다.

하지만 간호법은 지난해 4월 국회 본회의는 넘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해 5월 거부권을 행사하며 본회의로 되돌아가 재표결 끝에 폐기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지난달엔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이 각각 수정안을 재발의, 올해 3월엔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간호사법을 발의했다.

수정된 정부안에는 ‘지역사회’라는 문구 대신 보건의료기관, 산업현장, 학교 등 간호사들이 실제 근무하는 장소가 나열됐다. 간호사,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자격과 업무 범위도 규정됐다.

또 간호사의 업무를 현행 의료법에 명시된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는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되, PA 간호사를 법제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의정갈등과 맞물려 현재 의료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법 통과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21대 국회는 채 상병 특검과 또 한 번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정쟁이 격화되면서 간호법 통과가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지난 주 열린 집회에서 간호단체는 간호법 재정 무산 시 시범사업 보이콧을 주장한 상태로, 투쟁이 현실화될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다. 정부의 시범사업을 통해 4월 말 기준 1만1395명의 PA간호사들이 전공의 공백을 매우고 있다.

이번 집회에서 탁영란 대한간호사협회(간협) 회장은 “간호사들은 오늘도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간호사를 보호할 법안은 여야와 정부 합의에도 21대 국회에서 다시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며 “왜 국가 보건의료재난 위기 때마다 의사가 장인 병원의 갑질과 불법적 착취 속에 간호사만 희생돼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정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측에서는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지 않지만 국회가 일정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간호법 재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해석이다.

특히 간호계가 이번 국회에 간호법 재정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선 이유는 22대 국회로 넘어갈 경우 통과 여부가 더욱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22대 국회에 의사 출신 국회의원 8명이 입성하게 되면서 간호법 의결에 필요한 보건복지위원회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의사 출신 국회의원 당선인 가운데 절반이 복지위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수련병원들에 29일까지 전공의들과 면담해 복귀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대다수 전공의들이 면담을 거부하며 의료계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의 전체 레지던트 1만51명 가운데 복귀 인원은 839명(8.0%)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비수도권 의대 3곳에서 수업 거부와 집단 휴학계 제출을 강요했다는 제보를 접수해 경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또한 의대생 유급을 판단하는 시한은 학년이 끝나는 내년 2월 말이 될 것이라며 아직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하루 빨리 의료혼란이 마무리됐으면 하지만 대화가 쉽게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며 “정부는 간호계와의 협의를 통해 갈등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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