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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 ‘100일’, 환자·병원·산업 모두 멈췄다

전자신문 조회수  

전공의가 집단 이탈한지 100일이 지났다. 최근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확정됐지만, 의정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전공의 없는 병원’이 현실화됐다. 의료공백에 따른 환자 피해뿐 아니라 제약·의료기기 등 산업계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수도권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병원을 포함한 전국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지난 2월 20일 오전 6시를 기점으로 병원을 떠났다. 이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백지화’를 요구하며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수련병원 211곳의 레지던트 1만501명 중 현재 출근하는 인원은 839명(출근율 8.0%)에 불과하다. 대다수 전공의가 소속된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출근율은 6.8%(9991명 중 675명)로 더 낮다. 특히 이중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을 치러야 할 3·4년 차 레지던트(3년 과정 포함)가 2910명에 달해 전문의 수급까지 차질을 빚게 생겼다.

문제는 이들의 복귀 명분과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지난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승인으로 내년 의대 입학 정원은 기존 3058명에서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확정됐다. 전공의들이 주장한 의대 증원 백지화가 물거품이 되며, 명분이 없어졌다. 여기에 올해 수련조건을 채우기 위해선 지난 20일까지 복귀해야 했지만, 이마저도 지나면서 복귀 필요성까지 사라졌다.

전공의 집단이탈이 100일간 지속되면서 이 여파는 사회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환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의 입원과 수술은 평시 대비 30~50%로 감소했다. 이곳에서 치료받던 중증, 난치, 희귀질환자들은 제때 치료 받지 못하거나 2차 병원으로 전원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병원 경영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병원 등 수도권 ‘빅3’ 병원을 포함해 충북대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전남대병원, 경북대병원 등 지방병원까지 전국 병원들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제약, 의료기기 구매까지 줄이면서 산업계까지 타격을 입는 상황이다.

정부는 사실상 ‘전공의 없는 병원’이 현실화되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보건복지부는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3개월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 재개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꾸준히 대화를 추진하되 면허정지 유예나 단축 근무 시범사업 실시, 사직서 수리 등 유화책도 검토해 압박과 설득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전병왕 보건복지부 실장 주재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대신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체제 전환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전공의 단체는 여전히 두문불출 중이며, 의사단체는 의대 증원 백지화만 고수하고 있다. 실제 28일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실 레드팀께,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라는 간담회를 열고, 의료 전문가가 포함된 국내 협의 기구를 설치해 의대 증원을 논의해 달라고 촉구하는 등 사실상 의대 증원 폐지를 고수했다.

출구없는 의정 갈등이 이어지며 시민단체들도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YMCA연합회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정부와 의료계는 붕괴 직전에 이른 현 의료대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을 위해 즉각적인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전자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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