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고민이 깊어진다. 라인야후의 ‘탈 네이버’ 시도에 더해 일본 정부가 중요안보정보법을 통과시키면서 압박수위를 나날이 높이고 있어서다. 여기에 라인야후 매각 협상 당사자인 소프트뱅크는 일본 정부 지원을 등에 없고 양보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日 참의원, 라인야후 사태에 ‘중요안보정보법’ 통과
27일 아사히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의 상원인 참의원은 5월 10일 중요안보정보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의 공식명칭은 ‘중요경제안보정보의 보호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다. 기밀정보나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고자 중요 정보를 취급하는 민간인을 일본 정부가 직접 지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에 따라 유출 시 국가안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사안은 ‘중요 경제안보정보’로 지정된다. 해당 정보를 유출하면 5년 이하 징역도 가능하다.
업계는 해당 법안이 지난해 개인정보유출로 제재를 받은 라인야후를 겨냥했다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가 강도를 높여 법적 제재에 나섰다는 것이다.
향후 이 법안이 시행되면 라인야후는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건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민간 기업 인사까지도 간섭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라인야후의 정보 취급 담당자를 일본 정부가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국적 직원들은 빠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일본의 제재를 두고 네이버에만 차별적이고 부당한 조치라고 반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법안이 시행되면 일본 정부가 좀 더 법에 의한 합법적인 조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현재도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법까지 생기면 네이버가 지분 매각에 나서지 않더라도 사업을 할때 어떤 방식으로든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셈이다.
소뱅으로 넘어간 판세…’동남아 사업도 주도권 잃을까’ 우려↑
특히 절반의 라인야후 지분을 가진 소프트뱅크가 1%라도 더 가져오면 경영권을 얻을 수 있는 상황 속 라인야후 이사진까지 전원 일본인으로 포진되면서 이미 무게추가 소뱅에 유리한 판세가 됐다.
게다가 최근 라인야후는 동남아 사업도 뺏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소프트뱅크와 협상중인 네이버도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다. 협상을 네이버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해야하는데 이를 실현하기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정부의 지원사격 표명도 일본의 압박을 무력화시키지 못하면서 무용지물이 된 모습이다. 지난 14일 대통령실이 라인야후가 7월 1일까지 일본 총무성에 제출할 보고서에 네이버의 지분 매각과 관련 내용은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면서 시간만 벌었을 뿐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현재까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 내용에서 강조된 ‘자본 관계 개선’이라는 표현도 철회되지 않았다. 사실상 일본 정부의 ‘자본관계 개선’이라는 표현이 지분 매각 강요와 동일시되는 만큼 여전히 네이버는 일본 정부의 압박을 신경쓸 수 밖에 없다.
대통령실 브리핑이 진행된 날과 동일한 14일에는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CEO는 라인플러스 온라인 직원 설명회에 참석해 “직원 고용 안정을 보장하겠다”는 발언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지분 매각을 전제로 한 협상이 상당 부분 진전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통상적으로 고용 안정성에 대한 언급은 최대주주 변경이 현실화한 단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빼앗길 확률은 높아만 간다
…네이버의 적극적 대응 시급
업계는 네이버가 향후 지분 매각을 추진하게 될 경우 얼마나 제 값을 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을 집중한다. 또 일본 외 인기를 끌고 있는 동남아 사업을 네이버가 지킬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실제 네이버는 라인야후 시가총액 약 25조원 중 32.3%에 달하는 8조1000억원가량을 소유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네이버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태 지분을 매각하면 현재 기준으로 10조원 가량을 챙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문제는 라인야후가 동남아 사업도 뺏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네이버가 제 값을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이승민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네이버가 더이상 소극적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라인야후가 동남아시아 사업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과 같은 대응으로는 라인의 기업가치마저 흔들릴 수 있어 협상이 더 불리해질 수 있어서다.
이 교수는 또 “라인야후가 동남아시아 사업까지 분리 안해준다고 하면서 지분 매각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인데, 네이버도 다 뺏기지 않으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세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부득이 지분 매각을 해야 한다면 다양한 수단을 총동원해 높은 지분 가치를 인정받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한다. 하다 못해 일본을 넘어 미국 기업 등과도 다양하게 협상을 가져 지분 가치를 올리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라인은 한국기업이 처음으로 선진국의 플랫폼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만약 매각을 하더라도 한국 대표 기업으로서 협상 주도권을 가지고 최고 적정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각계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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