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을 시작하니 탑승객 전원 착석 바랍니다”
27일 오전 경기 안양시 스마트도시통합센터 1층 차고지에서 출발한 자율주행버스 ‘주야로’가 공도로 진입하자 운전자가 천천히 핸들에서 손을 뗐다. 동안구청 정류장을 시작으로 버스전용차로가 없는 일반도로를 시속 40㎞ 이내 속도로 주행했다.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에 이동경로와 도로상황, 자율주행 여부가 표시됐다. 차량에 장착된 4대의 라이다(Lidar) 센서와 1대 레이더, 5대 카메라 비전이 주변상황을 감지, 차선 변경과 정류장 진입이 자동으로 이뤄졌다.
탑승감은 일반 버스와 비교해 다소 둔탁했다. 우회전시 멈춰설 때마다 급정거하듯 상체가 앞뒤로 쏠렸다. 안전상 이유로 입석은 불가하며 만 6세 미만 아동도 탑승이 제한된다. 비산체육공원까지 왕복 6.8km, 11개 정류장을 지나는 주간노선 구간의 약 90%에서 자율주행이 이뤄지며 골목 진입과 출입문 개폐 등 상황에 따라 수동조작을 병행한다.
자율주행버스 주야로에는 1㎳의 초저지연 5G 네트워크뿐 아니라 차량사물통신(V2X), 초정밀측위(RTK-GPS), 관제 플랫폼 등 KT의 모빌리티 AICT(AI+ICT) 역량이 결집됐다. 시에 구축된 지능형교통체계(ITS)과 접목해 자율주행을 위한 인지·판단·제어 등 모든 영역을 지원한다.
시내 41개 교차로에 설치된 로드센스(AI 교통영상분석)와 초정밀 위치측위를 통해 구현한 디지털도로 기술이 정확한 차량위치를 생성한다. AI로 사고위험을 예측하는 로드마스터와 클라우드 기반 자율주행 플랫폼 모빌리티 메이커스 등 AI 엔진은 자율주행 위치정보와 수집한 도로정보를 결합한다. 초고속 네트워크로 돌발상황에도 실시간 제어가 가능하다.
최강림 KT 모빌리티사업단장(상무)은 “대부분 자율주행버스가 룰베이스 기반으로 정해진 경로를 그대로 답습한다면, 주야로는 차량 센싱 정보와 ITS 기반 AI 학습을 통해 난도가 높은 일반도로에서도 안전한 자동 주행이 가능한 레벨3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야로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윤정호 안양시 스마트도시정보과 팀장은 “지난달 시범운행 이후 한달간 약 800명의 시민이 이용했으며 탑승 만족도도 85%에 이른다”고 말했다. 전세계 143개국이 방문하며 솔루션 수출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정식 운영하는 8월부터는 운임도 유료화한다.
KT는 AI와 C-ITS 등 교통 AICT 역량을 앞세워 도시형 자율주행 사업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안양시를 비롯해 서울, 수원, 울산 등 14개 자자체와 자율주행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국에 구축한 디지털 도로는 1만340㎞, 누적 수주액은 1657억원에 달한다.
이번 자율주행버스 사업은 시내버스 준공영제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버스회사 적자 노선 운영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는 것이 정책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자율주행버스가 재정 지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심야버스 경우 인건비 등 운송원가가 높아 운송적자를 가중한다. 안양 주야로 경우 주간노선뿐 아니라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왕복 14.4km 구간의 야간노선도 시범 운행 중이다.
최 상무는 “비용 효율과 수요응답형 대중교통(DRT) 측면에서 자율주행 차량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무인 운행이 가능한 레벨4(완전자율주행)는 2027년까지 기술적 준비가 가능하며 사회적 수용도와 인프라 결합 문제를 고려하면 2030년 이후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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