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상대로 연이어 블록버스터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의 바이오시밀러 공략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최초로 허가를 획득하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규제당국이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과 교차 처방을 허용하는 ‘인터체인저블’까지 획득하면서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미국 시장에서도 유럽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안과질환 치료제 ‘오퓨비즈’를 승인했다. 오퓨비즈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로, 국내에서는 ‘아필리부’라는 제품명으로 품목허가 받은 바 있다.
이미 황반변성 치료제 ‘아멜리부(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오퓨비즈의 허가 획득으로 황반병성 치료제 2종을 보유한 기업이 됐다.
미국 리제네론이 개발한 아일리아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92억1480만달러(12조5643억)을 기록한 블록버스터다. 특히 아일리아의 주 무대는 미국으로, 전 세계 매출의 62%에 해당하는 57억1960만달러(7조8000억원)가 미국에서 창출된다.
아일리아는 습성(신생혈관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등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아일리아의 주성분인 애플리버셉트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를 억제해 안구 내 비정상적인 혈관 성장을 예방하는 기전을 갖는다. VEGF를 차단함으로써 망막 손상을 늦추거나 줄이고 시력을 보존하는 방식이다.
황반변성은 안구 망막 중심부의 신경조직인 황반(macula)의 노화, 염증 등으로 인해 시력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으로서 심할 경우 실명을 유발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치료에 따른 환자 비용 부담이 높다.
아일리아의 미국 독점권은 올해 5월, 유럽 물질특허는 2025년 11월에 만료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 9일 특허가 만료됐다.
이에 따라 수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에 도전, 이달 FDA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오퓨비즈와 인도 바이오기업인 바이오콘 바이오로직스의 ‘예사필리’를 최초 허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오퓨비즈에 대해 자난해 2월 17일 허가신청 접수를 신청 올해 2월 16일 보완 접수했으며, 바이오콘은 예사필리와 관련해 2021년 10월 29일 최초 허가신청 접수를 시작해 지난해 11월 27일 보완 접수했다.
나아가 아멜리부가 상호 교환 가능한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로 등록되면서 시장 경쟁력은 더욱 막강해질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가 인터체인저블로 지정받았다는 의미는 경쟁 바이오시밀러보다 안전성과 유효성에서 차이가 있거나 우월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의사나 약사의 인식은 오리지널의약품을 대체해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한다고 하면 인터체인저블 지정을 받은 바이오시밀러를 대체 처방할 시 부담감을 덜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안과질환 치료제 ‘바이우비즈(성분명 라니비주맙)’에 대한 미국 내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를 획득 한 바 있다. 이로써 삼성바이오에피스는 FDA 인터체인저블 인정 의약품 2개를 갖게 됐다.
현재까지 FDA가 인정한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는 아직 10여개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미국 내 국산 바이오시밀러 지위가 높은 편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선전으로 미국 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진출을 노리는 셀트리온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6월 미국을 시작으로 한국(7월), 캐나다(7월), 유럽(11월)에 자사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2’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셀트리온은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스페인 등 13개국에서 당뇨병성 황반부종 환자 34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글로벌 임상 3상을 통해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동등성 및 유사성을 확인한 바 있다.
셀트리온도 미국 진출 시 인터체인저블까지 고려한 FDA 허가 절차를 준비하기 때문에 규제당국의 승인만 획득한다면 오퓨비즈와 비슷한 지위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강자라고 해도 아직 황반변성 시장 내 오리지널 제품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기성 치료제의 강력한 대항마로 등장했던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황반변성치료 신약 ‘바비스모’도 아일리아와 루센티스 등 오리지널의 강세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국내 바이오시밀러가 유럽 내에서 7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미국 시장 선점도 성공적으로 이뤄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산업이 바이오시밀러에 특화돼 있어 전 세계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장악하고 있다”며 “기술력과 영업력, 규제당국 허가 노하우 등을 앞세워 타 기업대비 우수한 성과를 기록할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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