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논란은 2010년대 초반부터 스멀스멀 나오다가 2018년쯤 사회적 문제가 됐다. 당시 음원 사재기 논란은 증거 부족과 처벌 근거 미약 등으로 인해 어물쩡 넘어갔다. 하지만 올해 검찰이 관련자 11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다시금 재조명된다. 음원 사재기에 관해 살펴봤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음원 사재기 혐의를 받는 11명을 5월 20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전 연예기획사 대표를 비릇한 11명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15개 음원을 172만회 재생하며 음원 순위를 조작해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 혐의를 받는다.
음원 사재기가 문제인 이유
음원 사재기는 특정 가수의 특정 음원을 음원차트 순위 상위권으로 올리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스트리밍 하는 행위를 말한다. 음원차트 순위 상위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많은 음원 재생이 필요하다.
음원 사재기는 많은 재생에 따른 스트리밍 수익과 차트 상위권에 입성했다는 홍보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음원 사재기를 하면 브로커에 수익을 나눠줘야 하므로 수익보다는 홍보 효과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차트 상위권에 입성하면 TOP100 등 음원 순위차트를 통째로 재생하는 이들을 통해 고정 청취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해당 곡을 노래한 가수 인지도를 자연스럽게 높이는 셈이다. 음원차트 1위를 비롯한 상위 순위는 규모가 큰 아이돌 팬덤이라도 장기간 유지하기 힘든 영역이다.
팬덤 스트리밍 총공과 다른 목표
이런 음원 사재기는 팬덤의 ‘스트리밍 총공(총공격)’ 또는 소속사의 마케팅 활동과 구분이 어렵다.
팬덤의 스트리밍 총공도 음원 사재기와 표면적인 목적은 비슷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 노래를 차트 상위권에 못 박아 순위 재생을 누르는 이들이 먼저 듣게 하는 식이다. 팬덤은 대신 여기에 추가로 음악방송 1위를 위해 음원차트 점수를 높여야 한다는 추가 목표가 있다.
팬덤이 응원하는 아티스트 음악방송 1위를 만들기 위해 다함께 음원 스트리밍을 한다면 음원 사재기는 1위 달성을 통한 홍보와 부가수익을 노리는 셈이다. 음악방송 1위는 단지 스트리밍만 많다고 되지 않으며 음반 판매량, 방송 출연, 투표 등 다양한 지표가 필요하다.
음원 사재기는 명확한 증거 확보가 어려워 그동안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음원 사재기 의혹을 조사했지만 2019년 자료 부족으로 사재기 판단이 어렵다고 봤다. 이번에 검찰은 음원 사재기 의혹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음원 사재기 기소가 이뤄진 건 일부 피의자의 혐의 인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트로트 가수 영탁의 소속사 대표 이모씨는 앞서 2021년 11월 4일 입장문을 통해 혐의를 인정했다. 이모씨는 이번에 기소된 11명 중 한 명이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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