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수가 늘어나면서 동물 건강에 대한 중요도 역시 높아진 가운데, 동물의약품의 다양성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 동물들은 질병에 걸렸을 시에만 치료용 의약품을 복용했다면, 예방용 의약품이 개발되면서, 사람과 같이 웰니스(Wellness)를 누리는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국내 최초 동물용 방사성의약품인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제 ‘싸이로키티 주사액(I-131)’의 임상시험 계획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승인을 받았다. 동물용 방사성의약품 임상이 국내 규제당국으로부터 승인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돼 심혈관 장애 등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특히 고양이가 자주 걸린다.
미국 등 반려동물 선진국에서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제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한 반면, 국내에서는 동물용 방사성의약품이 도입되지 않아 항갑상선제를 평생 매일 투약하거나 갑상선을 제거하는 수술을 할 수밖에 없어 보호자와 고양이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연구원 측은 “싸이로키티 주사액(I-131)을 투여하면 방사성요오드가 갑상선에 농축 흡수돼 비정상 갑상선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한다”며 “1회 투여만으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제의 효과 및 안전성이 최종 검증되면 품목 허가를 얻어 2025년까지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출시에 성공하게 되면 국내 1호 동물용 방사성의약품으로 등극하게 되고, 나아가 반려묘의 비중이 높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동물용의약품 시장에 수출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동아제약은 프리미엄 펫 브랜드 ‘벳플(Vetple)’을 출시, 반려동물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벳플은 수의사(Vet)와 기쁨(Pleasure)을 합성한 단어다.
벳플은 반려견 3종(관절케어, 눈케어, 스트레스케어), 반려묘 3종(헤어볼케어, 요로케어, 스트레스케어)으로 구성돼 있다. 회사 측은 반려동물의 몸 건강뿐 아니라 마음건강까지 관리하는 ‘Mindful pet health care’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대웅펫은 올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속방형 판크레아틴 췌장효소보조제 ‘에피클’의 누적 판매 1만개 기록을 달성했다. 대웅펫은 올해 ▲펫 영양제 ▲동물의약품 ▲헬스케어 플랫폼 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루사’, ‘베아제’의 펫 버전 제품과 심장사상충 치료제 ‘셀라루틴’ 등을 연내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HLB생명과학은 반려견 유선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동물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반려동물 유선암은 비만세포종(피부암)이나 림프종과 함께 반려견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암종이다.
사람보다 동물에게서 4배 정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유선암 치료제로 허가받은 사례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해외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동물항암제인 마시벳, 팔라디아의 경우 비만세포종 치료제로만 국한돼 있다.
회사는 유선암 외 동물 림프암, 비만세포암 등 적응증 확대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최대 의약품 유통 기업 지오영도 동물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의약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 100만개에서 2022년 146만개, 2023년 186만개의 동물의약품을 취급하던 지오영은 올해 180종, 총 210만개를 유통한다고 밝혔다.
지오영은 양돈, 양계, 축우 등 가축질병용 의약품에서 반려동물 의약품까지 다양한 동물백신 및 치료제의 국내 물류를 도맡고 있다.
동물용 백신의 경우 인체용 백신과 같이 외부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한 편으로, 각 제품마다 요구되는 적정 온도 상태로 보관·유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권장 온도를 벗어나면 효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인데, 지오영은 최적의 상태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업계 최고 수준으로 고도화된 콜드체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동물의약품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사람에게 쓰이는 의약품을 연구하면서 동물 실험을 통해 효능을 확인하는 등 연구개발(R&D) 구조가 일반 의약품 산업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 제약바이오 업계가 전반적으로 성장 정체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던 중 동물의약품 시장을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동물과 인간의 의약품은 용량의 차이가 있을 뿐 규제당국 허가만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동일한 질병에 사용 가능할 정도다”라며 “특히 외연 확장 분야로 동물의약품이 각광받으며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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