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네이버를 향해 라인야후 경영권 압박을 하는 이유가 일본 IT기업의 몰락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라인야후 지분 절반을 쥔 소프트뱅크가 협상력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일본 정부를 향해 밑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위정현 공정과 정의를 위한 IT시민연대 준비위원장은 24일 라인사태 긴급 정책 토론회에서 “이번 사태의 비극은 주요 IT 기업과 비즈니스 모델을 전부 해외 수입과 외국 기업에 의해하고 있는 일본 자체에 있다”고 지적했다.
위 위원장은 또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의 50대 50 합작이 정상적인 기업 결합 방식인가”라고 반문하며 “소프트뱅크의 일방독주가 네이버와 시너지를 소멸시키고 있으며, 소프트뱅크는 과거 ‘엔씨저팬, 넷마블저팬의 실패 교훈’을 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라인 탈취 배후에 소프트뱅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본에서 재일 교포로 ‘비국민’으로 통칭되며 좋지 않은 이미지가 형성됐던 손 회장 주도의 소프트뱅크에 유리하게 판세가 전환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두차례의 이례적인 행정지도를 단행한 데 이어 민간기업의 지분 문제까지 개입한 점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위 위원장은 “손정의(손 마사요시) 대표는 재일교포로서 ‘비국민’으로 통칭되는 등 현지인들로부터 공격받았고 자국 내 사업 영위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소프트뱅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섰다”고 꼬집었다.
이례적으로 일본정부·자민당·손마사요시가 결집해 소프트뱅크를 응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프트뱅크가 AI 분야에 10조엔을 투자하고 밝힌 이후 일본 정부도 소뱅에 AI 개발 관련 37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점도 의심을 키우고 있다고 봤다.
정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위 위원장은 “우리 정부에서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 중 ‘자본관계 개선 철회 (매각 요구 철회)’ 요구해야 한다”며 “과거 중국 판호 사태 해결의 주역이었던 외교부 주무부서인 ‘양자경제외교국‘ 무력화가 심각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 국정감사를 통해 철저하게 따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국회가 초당적으로 라인 및 한국 IT기업의 일본 내 사업 과정에서 불이익과 부당한 처우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 위원장은 “일본 정부의 비합리적이고, 한일투자협정 및 국제법을 무시하는 탈법적인 행정 지도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는 결의안 채택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 될 것”이라며 “현재 라인 사태에 대한 소프트뱅크의 입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그들의 한국 내 사업 전반에 불공정 요소를 공정위·금감원 등에서 조사하고 올 가을 국정감사에 소환해 사정에 대해 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평 한국외대 교수는 “보안 문제로 기업의 경영체제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행정지도는 반드시 따를 의무는 없으나, 따르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으로 기업 활동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문제의 시작인 보안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실제 라인이외에도 NTT, 도요타, 주요 언론사, 일본 정부 등에서도 개인정보 유출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임에도 정부에서 이들에게 주식 매각 압박은 없었다. 이는 형평성이 크게 결여 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라인야후는 한일 협력의 모범 사례로서 발전시켜야 하는 모델인데, 이를 파괴하는 것은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크며, 이는 최근 한일 협력 체체 유지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총무성의 경영권 불법간섭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행정 권고에는 없는 내용으로 국제법위반이다”라며 “한국 정부는 한일투자협정의 권리를 적극 행사하고 한일 회담에서 제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일본 행정수속법(행정절차법)의 행정지도 일반 원칙상 ‘행정지도를 하는 행정기관의 임무, 소관사무의 범위를 일탈해서는 안 됨(일본 행정절차법 32조)’를 적시하고 일본 총무성이 “자본관계 검토를 행정지도에 포함한 것은 일본 국내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라인 사태는 개별 기업의 해외에서의 성공이 부딪칠 수 있는 여러 정치적, 법적 장애물을 현실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그 과실을 전 국민이 누리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