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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기류·보잉 사고 걱정 ‘뚝’…대한항공, 24시간 안전 사수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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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님, 터뷸런스(turbulence, 난기류) 정보 전달드리려 연락 드렸습니다. 현재 082편에 50노티컬마일(NM) 앞서 운항하는 워싱턴 출발편 094편 파이렙(PIREP, 기상보고) 접수했고요. 현재 해당편은 플라이트 레벨(Flight Level, 비행 고도) 340(3만4000피트)에서 운항하는데, 라이트 터뷸런스(Light turbulence, 약한 난기류) 조우했다고 접수했습니다. 현재부터 3시간 뒤 도착할 일본 영공 진입할 때 모더레이트(moderate, 중간 수준) 터뷸런스가 예상되기 때문에 해당 부근에서 주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한항공 종합통제센터(OCC) 직원이 대형 스크린을 보며 항공 운항 노선을 추적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대한항공 종합통제센터(OCC) 직원이 대형 스크린을 보며 항공 운항 노선을 추적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A동 8층 종합통제센터(OCC). 센터 내 운항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운항관리센터(FCC)에서는 미국 뉴욕발 인천행 082편 여객기 조종사에 직접 위성전화를 통해 난기류 정보를 전달했다.

최근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극심한 난기류를 만나 태국 방콕에 비상 착륙하는 등 비행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지상에서 하늘 위 여객기로 정보를 알리며 난기류에 실시간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지상 조종실과 정비 격납고

대한항공은 5월 23일 종합통제센터, 정비 격납고, 객실훈련센터, 항공의료센터 등 안전 운항 핵심 시설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방문한 종합통제센터는 2000년 8월 처음 문을 연 뒤 2023년 12월 리모델링을 거쳤다.

종합통제센터에는 FCC를 비롯해 항공기와 승무원 일정을 조정하는 네트워크운영센터(NOC), 실시간 결함감시·기술지원을 하는 정비지원센터(MCC), 항공기의 중량과 무게중심을 허용범위 내 관리하는 탑재관리센터(LCC) 등이 있다. 11개 부서 전문가 총 240여 명이 근무하며 3교대로 운영돼 ‘24시간 잠들지 않는 지상의 조종실’로 불린다.

이승용 종합통제본부 부본부장 겸 통제운영부 담당 상무는 “종합통제센터에는 안전과 고객 편의를 최우선으로 유관 부문 전문가들이 모두 모였다”며 “이곳은 전문가들이 전사 의사 결정을 하는 플랫폼이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전경. / 이성은 기자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전경. / 이성은 기자

330평의 공간에 한쪽 벽면에는 가로 18미터(m), 세로 1.7m의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스크린에는 대한항공 항공기들 비행 위치 등 실시간 운항 정보가 지도로 나타났다. 운항관리사 등 직원들은 지도를 보며 항공기 위치를 실시간 파악한다. 지도 외에도 스크린 왼편 국내외 뉴스 화면 등을 마련해 실시간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종합통제센터에서는 최근 난기류에 따른 비상 착륙 이슈와 관련해 더욱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대한항공은 난기류 대응 프로세스를 갖추고 비행 계획 단계에서부터 난기류 구역 통과 예상 시 위험구역 항로와 고도를 변경해 비행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운항 중에도 난기류 지역 진입 전 최신 정보를 항공기에 제공하는 등 실시간 대응에도 나선다.

항공기 운항·비운항 전 부문의 안전 관련 요인은 항공안전전략실이 총괄 관리한다. 항공안전전략실은 안전기획팀, 안전품질평가팀, 지상안전팀, 안전조사팀, SMS(Safety Management System)팀 등 5개 팀으로 이뤄진다.

항공안전전략실은 안전정책·목표 수립으로 안전관리시스템을 체계화 하고 명확하게 한다. 안전정책은 안전 운항을 위한 국내·외 규정, 환경 변화에 맞춰 최소 연간 한 차례 개정한다.

대한항공은 이날 항공기 정비가 이뤄지는 본사 김포 격납고도 공개했다. 김포 격납고는 인천공항, 인천 엔진 테스트 셀(Engine Test Cell), 부천, 부산 등 5곳의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 엔진·부품 정비공장 중 하나다.

김포 격납고는 기둥 없이 높은 천장이 돋보였다. 김포 격납고의 크기는 길이 180m, 폭 90m로 축구장 2개를 합한 면적이다. 높이는 아파트 10층 높이인 25m로 20m 높이의 대형 항공기가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김포 격납고에서는 대형기 2대와 소형기 1대를 동시에 정비할 수 있다. 중단거리용 여객기인 B737만 들어온다면 7대를 수용할 수 있다.

대한항공 김포 격납고 전경. / 이성은 기자
대한항공 김포 격납고 전경. / 이성은 기자

방문 당시 김포 격납고에는 A220 여객기, 전세기와 진에어 B737 2대 등 4대가 중정비를 받고 있었다. 격납고 한편에는 A220 시트가 놓였다. 시트를 떼어 내 항공기 기골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정비 주기는 제작사기종별로 3~12년 사이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다. 이외 항공기 비행시간, 운항횟수 등이 정비 주기 보다 먼저 도래하면 정비가 이뤄지기도 한다.

특히 대한항공은 최근 앞바퀴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는 등 보잉 항공기 고장 사고에 따라 보잉 여객기에 대한 정비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

김일찬 대한항공 운항점검정비공장 부공장장은 최근 보잉 항공기 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에서 특별점검 지시를 내리고 있다”며 “특별점검에 해당되는 항공기는 즉시 항공기 주기장이 확보되는대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격납고 밖 한편에는 티웨이항공 항공기도 보였다. 이 항공기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에 따른 유럽 4개 여객 노선 배분으로 티웨이항공에 지원하는 항공기다. 방문 당시 정비를 마무리하고 티웨이항공에 임대 대기 중이었다.

환자 승객부터 난동 승객까지 모두 대응 철저

이어 방문한 항공의료센터 역시 종합통제센터와 함께 2023년 리모델링을 거쳤다. 1969년 3월 대한항공 창립과 함께 지어진 항공의료센터는 리모델링을 통해 최신 설비·장비를 갖추게 됐다.

항공의료센터는 조종사를 비롯한 대한항공 임직원의 건강 유지·증진과 환자 승객을 포함한 승객의 기내 항공 안전을 도모한다.

항공의료센터는 현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기 건강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항공사 업무 특성·직종을 고려한 다양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불규칙한 스케줄 근무로 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승무원을 대상으로 맞춤형 수면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 의료 기관과 연계한 수면다원검사를 지원한다.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 내부 전경. / 이성은 기자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 내부 전경. / 이성은 기자

항공의료센터는 매년 마음 건강 검진을 시행해 임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2023년부터는 마음의 건강 검진 대상자를 전 임직원으로 확대했다. 항공의료센터에 위치한 사내 심리상담실 ‘휴클리닉’에서 임상심리전문가 2명이 상주하며 심리 상담을 제공한다. 상담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1차 의료기관이자 사내 부속의원으로서 부속의원이 가질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자문 의사를 둔 병원 역시 5개를 확보해 임직원들의 건강 상태를 전문적으로 진단받을 수 있다. 항공의료센터는 연세대 병원, 서울대 병원, 이화여대 병원, 인하대 병원, 아산병원 등 5개의 병원에서 자문 의료진 40여명 이상을 구축하고 있다. 가령 조종사의 심전도 검사 결과가 연세대 병원 의사의 판독을 거쳐 항공의료센터로 모두 집계된다. 방사선 검사 등 모든 검사 데이터가 전문 분과별 의사들의 판독을 거친다.

대한항공은 기내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할 경우 가동하는 ‘24시간 응급의료콜시스템’을 구축했다. 올해 2월 네팔을 향하던 항공기 기내에서 환자 승객이 발생해 승객 중 의사를 찾을 수 없자 해당 응급의료콜시스템을 활용해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기내에는 자동심장충격기(AED) 등 위급 시 승무원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의료 장비부터 기내에서 의사들이 있을 경우 사용할 수 있는 기내삽관 등 전문장비까지 포함된 의료 키트를 구비하고 있다. 특히 환자 승객 탑승 시 환자의 상태를 분석해 추후 의료 키트 내 필요한 장비를 재구성하는 등 회의를 거치기도 한다.

기내 의사가 없더라도 승무원이 1차 처치를 하고 의사 자문을 받아야 한다면 24시간 응급의료콜시스템을 활용한다. 자문은 인하대 병원과 협업해 주야간 24시간 체제를 갖추도록 했다.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 내부 전경. / 대한항공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 내부 전경. / 대한항공

최윤영 항공의료센터장은 “최근 기내에서 한 승객이 과도한 음주로 쓰러진 사례가 있었는데, 음주 승객으로만 간주하지 않고 승무원의 혈당 검사로 저혈당 쇼크가 발생한 것을 알아냈다”며 “이후 혈당 공급을 하고 의사를 호출했는데, 이러한 상황 발생 시 승무원 응급처치 교육에 반영해 기내에서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승무원들의 응급 대처 교육은 객실훈련센터에서 이뤄진다. 

대한항공 본사 건물 옆에 위치한 객실훈련센터는 2003년 개관했다. 지하 2층, 지상 2층의 연면적 7695제곱미터(㎡, 2328평) 규모다. 실제 상황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B747 등 항공기 동체 일부와 동일한 모형 시설을 갖췄다. 가로 25m, 세로 50m 크기의 대형 수영장도 운영한다. 객실훈련센터 역시 올해 하반기 리모델링을 통해 최신식으로 바뀔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승무원들이 큰 목소리로 단호하고 명료하게 응급상황을 통제하는 훈련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객실훈련센터는 항공기 도어(Door) 작동 실습실, 비상장비 실습실, 응급처치 실습실, 비상사태 대응 훈련 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도어 작동 실습에서는 탈출이 필요한 비상상황, 승객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도어 작동법을 훈련한다. 훈련 기자재는 도어 모형은 A380 기종의 도어가 마련됐다.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직원이 비상상황을 가정하고 승객 탈출 지휘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이성은 기자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직원이 비상상황을 가정하고 승객 탈출 지휘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이성은 기자

시범강사로 나선 직원은 항공기가 활주로를 달리다 갑자기 충돌이 일어난 상황을 가정해 시범을 보였다. 직원은 도어 옆 승무원 좌석에 앉아 있다 도어를 개방하며 슬라이드가 펼쳐지는 상황을 가정해 “머리 숙여”, “자세 낮춰”, “이쪽으로”, “Come This Way”, “두 사람은 밑에서 내려가는 사람들 도와주세요” 등을 순서대로 외쳤다. 

대한항공 객실승무원들은 항공기 기종별로 다른 도어 작동법을 정기적으로 훈련받는다. 환자 승객 발생 시 사용하는 의료 장비와 화재 진압 장비, 비상 탈출 장비를 점검하고 사용하는 방법도 익힌다. 항공기가 바다나 강에 내릴 경우를 대비한 비상 착수 훈련도 진행한다.

해당 훈련은 객실훈련센터 수영장에서 실제 상황처럼 이뤄진다. 구명조끼를 착용한 뒤 아파트 2층 높이에서 비상 탈출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와 구명보트에 탑승, 구조 요청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훈련한다.

대한항공은 소속 승무원이 휴직 등으로 인해 정기 안전 훈련을 받지 못한 경우 업무 복귀 전 재임용 훈련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객실승무원은 기내 난동과 같은 불법 방해 행위에 대처하는 훈련도 정기적으로 받는다. 이 역시 시연을 통해 난동 승객을 제압하는 과정을 선보였다. 2명의 승무원이 1명의 난동 승객을 포박 장비인 케이블 타이로 묶으며 시트에 앉혀 제압했다.

테이저건을 활용해 난동 승객을 제압하기도 한다. 다만 실제 테이저건 사용은 낮은 수준의 물리력으로 먼저 대응한 뒤 제압이 불가능할 경우에 활용되는 절차다.

박관영 대한항공 객실훈련원장이 테이저건 사용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이성은 기자
박관영 대한항공 객실훈련원장이 테이저건 사용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이성은 기자

이러한 난동 승객 제압은 객실 승무원들이 특별사법경찰관 직권을 부여받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에 가능하다. 난동 승객 제압 시 미란다 원칙 고지도 하게 돼 있다. 객실 승무원들은 1년에 한 차례 이러한 항공보안 훈련을 받는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여객수요가 늘며 난동 승객에 포박 장비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박관영 대한항공 객실훈련원장은 “2023년까지만 해도 1년에 한 차례 정도 포박 장비를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했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지금까지 5건이나 발생했다”며 “그래서 모든 승무원들이 이러한 체계적인 보안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대한항공은 직원 80% 이상이 안전과 관련된 직원들이다”며 “대한항공은 안전에 대한 노력과 수준 높은 기술력, 안전의식 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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