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제도화 논의가 있었으나 결국 표류된 ‘비대면 진료’ 관련 개정안이 마침내 정부 관심을 다시 받으며 제도권 진입 사정권에 들어올 전망이다.
최근 의대증원 문제로 인한 보건의료 공백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한편, 기술의 발전을 통한 국민 편의 증진 국가사업의 일환으로 비대면 진료가 또 다시 급부상하면서 좌초 기로 놓인 산업계가 다시 일어설지 여부가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의료법 개정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정부의 노력이 본격화된다. 최근 정부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규제 특례를 받은 디지털 혁신 기술과 서비스의 비대면 진료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개인 건강정보 보호, 처방전 위변조 방지 등 관리체계 개선과 이해관계자와의 소통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발표한 비대면 진료 안정적 시행 방안은 ▲입법과 가이드라인 ▲의료마이데이터 등 규제특례 활용 품질 향상 ▲안전성 확보 위한 정책·기술 방안 연구 ▲국민 의견 수렴 등 크게 4가지다.
규제 특례를 통해 현재 시범사업인 비대면 진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국민 의견을 반영한 연구용역을 시행해 제도화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월 보건복지부와 비대면진료 심층 정책 연구를 추진, 11월과 12월 중 비대면 진료의 안정적 시행을 주제로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한다.
또 비대면진료 관련 신규 의료법 개정안도 국회에 등장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관련 내용이 담긴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이전 법안과 달리 원격의료와의 개념상 혼동을 최소화하고자 ‘비대면협진’ 이라는 개념을 새로 도입했다. 해당 개정안은 비대면진료의 ▲구체적 정의 ▲실시 가능한 경우 ▲안전상 금지 사항 ▲의료행위의 법적 책임 등과 제도화를 위해 필요한 법적 근거를 포함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과 달리 처방 의약품을 환자가 지정하는 곳에서 인도할 수 있도록 ‘약 배송’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올해 2월 정부가 의료취약지 거주자가 아닌 ‘초진’ 환자도 평일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규제를 전면 철폐했지만 약 배송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현재 정부는 의료대란 상황에 대응해 비상진료체계의 일환으로 약 배송을 제외한 무제한적인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약 배송은 의료법 개정안이 아닌 약사법을 개정해야 하는 부분이라 논의의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입장문을 통해 “해당 법안은 비대면 진료 후 의약품 배송 허용까지 포함한 최초의 비대면 진료 법제화 법안이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서 비대면 진료는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보건의료 체계 붕괴를 막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대면진료는 여전히 정부의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약 배송은 제한적으로만 허용돼 반쪽짜리 제도로 불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코스포는 “이미 OECD 주요 국가들은 비대면진료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며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비대면진료의 빠른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더 많은 혁신 기업이 비대면진료 분야에 과감하게 뛰어들고 도전할 수 있게 하려면 정부와 국회의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시민단체인 컨슈머 워치 역시 “비대면진료는 의료 소비자인 국민의 권익을 증진하고 의료 서비스 편의를 높이는 효과가 지대하며, 대규모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도 의료 사각지대 해소는 물론 일·가정 병행 워킹맘, 신체적 약자, 각종 소외계층의 의료접근권 향상에도 기여했다”며 “22대 국회는 개원 즉시 조명희 의원 개정안을 재발의해 신속하게 법안 심의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관련 법안에 약 배송이 포함되면서 약사계가 해당 법률안에 저항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미 대한약사회는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비대면 진료 법안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에 대한 가장 큰 규제로 평가되는 정부 신고제나 허가제 등에 대한 내용이 조명희 의원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시될 수 있다.
최근까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대면진료 범위를 의원급 의료기관, 재진 환자 등으로 제한하고 플랫폼 관리를 강화해 법제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즉, 환자 진료에 제약을 걸어 비대면진료를 규제하자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회에서는 반드시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돼 국민들에게 더욱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며 “비대면진료는 결코 특정 영역을 대체하기 위함이라기보다 협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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