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0일 제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정부와 국회 안팎에서 플랫폼 규제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라인야후 사태’ 등으로 토종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섣부른 규제가 인공지능(AI) 생태계 육성과 신규 플랫폼 활성화를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자국 플랫폼 활성화가 AI 생태계 육성에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AI 기술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플랫폼 서비스에 접목했을 때 이용자 후생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용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바로 서야 AI도 지속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AI 예산으로 9090억원 가량을 책정할 만큼 국가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플랫폼을 규제하면 AI 생태계가 제대로 발전하기 어렵다”며 “끼워팔기와 자사우대 조항이 극단적으로 적용될 경우, 자체 개발한 AI를 자사 서비스에만 연결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의 투자 환경과 법규를 우리나라 플랫폼 규제 근거로 제시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는 미국 투자 시장이 한국과 달라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통상 국내 스타트업이 엑시트할 수 있는 방안은 기업공개(IPO)나 빅테크로의 인수합병이 대표적이다. 최근 IPO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기업은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때 빅테크가 규제 영향으로 인수합병 여력이 없을 경우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2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온라인 플랫폼 합리적 규제 방안 토론회’서 시장이 경쟁적일수록 투자가 늘어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법무부(DOJ)가 경쟁법을 집행한 주와 산업 분야가 그렇지 않은 주나 산업 분야에 비해 고용과 사업체 신설이 늘었다고 밝혔다.
VC업계 관계자는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를 미국과 비교하면 기초체력이 어른과 어린아이 수준으로 차이가 나 미국 벤처 투자 상황을 근거로 국내 규제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빅테크라 불리는 회사들 대부분이 적자를 감내하고 성장한 것인데 규제로 인해 영향을 받는다면 낙수효과로 인한 스타트업 M&A나 협업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규제로 ‘롱테일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롱테일 효과는 인터넷상에 상품을 진열할 수 있는 공간이 무한해지며 틈새상품의 누적 매출이 기업 매출 증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법칙이다. 하지만 플랫폼 규제가 이뤄질 경우, 꼬리의 끝 부분에 위치하는 소상공인이 매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플랫폼의 갑질을 막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과연 플랫폼법이 소상공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라며 “국내 온라인 거래액이 작년 기준 200조원에 달하는데, 잘못된 규제로 인해 꼬리가 끊어지게 되면 소상공인 손실뿐만 아니라 경제적 파급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력한 사전규제 카드를 먼저 꺼내들기 보다는 플랫폼 자율규제에 대한 효과 분석이 세밀하게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지난해 정부가 자율규제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확산되기에도, 효과를 평가하기에도 시간이 너무 짧았다”며 “자율규제의 스펙트럼이 정부 규제를 대행하는 것부터 사업자들의 계획에 따라서 진행하는 것까지 넓기에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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