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과 글로벌 유방암 검진 플랫폼 기업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이하 볼파라)’ 인수합병(M&A)이 마무리했다.
양사는 천문학적인 글로벌 의료 데이터를 수집해 AI 정확도를 높이고, 고객별 맞춤화된 서비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루닛과 볼파라는 22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루닛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M&A 완료 소식과 함께 통합 후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루닛과 볼파라는 AI를 통해 암 정복을 달성하고, 의료분야의 새로운 표준이 되겠다는 공통의 비전을 갖고 있다”며 “제품 분야에서는 겹치는 부분이 하나도 없어 두 회사 간의 시너지가 극대화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루닛은 지난해 9월 볼파라 경영진과 처음 만나 M&A를 제안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독점적 실사에 착수한 뒤, 12월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빠른 속도로 M&A를 추진했다.
올해 초에는 뉴질랜드 해외투자규제청(OIO)과 고등법원(High Court)으로부터 잇따라 투자 계획안에 대한 승인을 획득했다. 이달 초에는 166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며 인수 준비를 마쳤다.
루닛은 21일 볼파라 지분 100%를 취득하고 자회사 편입을 최종 완료하며, 8개월 간의 M&A를 마무리했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를 계기로 미국 시장 진출에 가속도를 낸다. 볼파라는 미국 내 2000개 유방암 검진기관에 유방암 검진 관련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전체 매출의 97% 이상은 미국 시장에서 올릴 만큼 미국 내 사업기반을 갖췄다.
루닛은 볼파라가 가진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고도화된 유방암 검진 시스템을 통해 미국 매출을 더욱 끌어올릴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루닛은 볼파라 고객을 대상으로 유방암 검진 AI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MMG와 루닛 인사이트 DBT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양사는 유럽, 중동, 중남미,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 확장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미국 외 지역에서 루닛은 자사 제품에 더해 볼파라 제품 판매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로운 AI 시대의 시작’을 선언, AI 기술을 통한 의료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이번 M&A의 최대 성과로 양사 인공지능 기술력 결합에 따른 시너지 창출을 꼽았다. 루닛의 정확도 높은 AI 알고리즘 개발 능력에 볼파라의 유방 조직밀도 정밀분석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유방암 검진 기술 수준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서 대표는 “AI는 정확할수록 가치가 높아지며, 다양한 데이터가 함께 뭉칠수록 질이 높아진다”며 “궁극적으로 고객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최소 1000만장에서 1억장 이상에 달하는 데이터를 수집해, 99%의 정확도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볼파라가 확보하고 있는 1억장 이상의 의료 데이터와 자체 확보한 다국적, 다인종의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조건과 환경에 상관없이 적용 가능한 ‘기초 모델(Foundation Model)’을 구축할 계획이다. 루닛은 이를 통해 스스로 판독하고 진단하는 ‘자율형 AI(Autonomous AI)’ 시스템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테리 토마스(Teri Thomas) 볼파라 대표는 미국 시장의 기회요소와 사업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미국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하루 8시간 동안 3~4초마다 한 장씩 의료 영상을 판독해야 할 정도로 업무량이 과중해 AI 도입 필요성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마스 대표는 “최근 들어 볼파라는 자사 워크플로우 플랫폼에 폐암 및 폐 결절 조기진단 소프트웨어를 연계해 사용하는 등 유방암 외 시장으로의 확장 기조에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루닛 AI 솔루션을 탑재하게 되면 유방암은 물론 폐암 등 다양한 검진 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을 것이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USPSTF)가 유방암 검진 연령을 기존 50세에서 40세로 앞당겨 앞으로 40~75세 여성은 격년으로 유방촬영을 받도록 권고한 ‘유방암 검진 권고안’에 따라 미국 내 유방암 검진 수요가 늘어난 것을 큰 기회요소로 내다봤다.
토마스 대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의료시설 72%가 유방촬영술 인력 부족을 경험하고 있으며, 의료진 절반이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다”며 “볼파라 제품은 검사 시간을 절약하고 영상의학기술을 가진 직원 유치 및 관리를 돕는다. 유방암 이외에도 다양한 암에 대한 검사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발전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볼파라 M&A를 시작으로 R&D 역량 강화와 AI 신제품 개발 및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링하거나 또 다른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다”며 “글로벌 AI 트렌드에 발맞춰 양사가 결집된 역량을 바탕으로 전 세계 의료AI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필수적 선택이 이번 인수였다. 앞으로도 양사는 다양한 AI 솔루션과 고도화된 검진 플랫폼을 의료기관에 유통함으로써 글로벌 암 진단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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