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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신약 도전에 휘청이는 HLB…“실패 아니지만 올해는 힘들어”

IT조선 조회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에 도전이 불발된 HLB가 재도전을 다짐했지만, 올해 안에 이렇다 할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다.

HLB가 받은 보완요구서한(CRL)은 신약 허가 절차 중 있을 수 있는 과정이지만, 재심사 기간과 함께 일각에서는 이번 허가 불발 사태가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과 연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TKI 계열 항암제 '리보세라닙'. / HLB
TKI 계열 항암제 ‘리보세라닙’. / HLB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HLB는 자사 간암 신약인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에 대한 FDA 신약 허가를 도전했으나, 당국으로부터 CRL를 받았다. CRL은 FDA가 신약 허가를 반려하면서 이유와 보완 내용을 담은 서한이다.

올해 초까지 FDA와의 파이널리뷰(Late Cycle Review)에서 특별한 문제를 지적받지 않아 수월한 미국 입성을 바라보던 HLB는, 신약 허가 불발로 그룹 시가총액이 6조원 이상 증발한 상황이다.

해당 여파로 코스닥 지수도 1% 가까이 내려 않는 모습을 보이며, 국내 바이오산업을 넘어 자본시장 전체에 큰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리보세라닙은 혈관 내피 성장인자 수용체(VEGFR-2)를 억제해 암의 성장에 필수적인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을 차단, 암을 효과적으로 사멸하는 TKI 계열 경구용 약물이다. 아직까지 신생혈관억제 기전의 TKI 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병용요법으로 허가된 간암 1차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신규 시장 확보도 가능한 영역이다.

리보세라닙은 2003년 암젠 수석연구원 출신인 폴 첸 미국 어드벤첸 연구소 대표가 개발한 후보물질로, 이후 HLB가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특허권을 확보했다. 2011년부터는 위암·간세포암·대장암·선양낭성암 등 여러 적응증으로 다국가 임상을 진행하는 등 연구기간만 20년에 달한다.

이후 HLB는 리보세라닙의 병용요법 가능성을 확인, 지난해 5월 FDA에 간암 1차 치료를 위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다.

NDA 제출 이후는 대부분 순조로웠다. HLB는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암학회(ESMO 2023)를 통해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임상 데이터를 공개, 22.1개월의 전체생존기간(mOS)을 기록하며 현존하는 간암 1차 치료제 중 가장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신약 검토에 들어간 FDA로부터 중간리뷰를 통해 ‘문제없음’ 평가를 받았으며, 외부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는 ‘자문단 미팅(Advisory Committee Meeting)’ 평가도 생략되는 등 허가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가고 있었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 / HLB

하지만 너무 높은 기대감과 달리 FDA가 CRL을 보내면서 올해를 본격적인 ‘수확의 해’로 만들려는 꿈이 수포로 돌아갔다.

공매도 공격을 피하기 위한 코스피 이전상장 계획도 차질이 생겼다. HLB는 FDA 허가 획득과 동시에 기업가치 제고와 펀드자금 유입 등 유동성 측면에 유리해지기 위해 코스피 입성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선 진양곤 HLB 회장은 중국 파트너사인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인 캄렐리주맙에 대한 이슈로 허가가 불발됐다고 밝혔다. 항서제약이 캄렐리주맙 제조 공정에 대해 FDA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FDA가 항서제약을 실사하는 과정에서 캄렐리주맙의 화학·제조·품질관리(CMC)에 문제를 발견해 보완을 요청했으나, 이후 뚜렷한 해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HLB는 이번 도전이 실패가 아니며, 허가를 받기위한 과정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진 회장은 FDA 허가 불발 당시 개최한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엔 홈런을 치려고 했으나, 2루타 정도까지만 갔다”며 “글로벌 의약품을 17개나 보유한 항서제약의 제조 공정에 근본적이고 수정 불가능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기 때문에 빠르게 수정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HLB가 미국 신약 허가에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승인을 위한 재도전 절차에 상당부분 시간이 필요해 올해 안에는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셀트리온과 대웅제약도 각각 바이오시밀러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미국 허가 과정 중 CRL을 받았으나, 이후 보완을 통해 최종 FDA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현존 최대 매출을 기록 중인 의약품인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역시 CRL을 수령 받았으나, 최종 허가를 이뤄냈다.

과거 FDA로부터 CRL을 받은 회사의 92%가 최종 허가를 획득했다는 점도 HLB에게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항서제약이 캄렐리주맙 공정을 변경한다 해도, 의약품 품질을 다시 증명하기 위해 1년 이상이 필요하며 FDA 심사 기간도 6개월 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더불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중 갈등으로 인해 FDA가 중국기업인 항서제약에 까다로운 평가를 내려 최종 허가 허들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HLB 관계자는 “미국 자회사인 엘레바가 캄렐리주맙 간암 부문 글로벌 판권을 인수해 중국과 관련된 문제를 해소한 상황으로, 정치적 영향은 적다”며 “최근 중국 제약·바이오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에 항서제약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FDA의 평가를 다시 기다려야 하는 입장에서 올해 안에 특별한 성과를 얻기에 다소 역부족인 상황이다. 수 조원 단위가 투입되는 바이오 신약 임상 과정에서 아무런 성과가 없는 1년이라는 시간은 회사 재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더불어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의 경쟁 대상인 스위스 로슈와 미국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니볼루맙+이피리무밥의 임상 3상이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어, 추후 허가 과정이 늦어질 경우 시장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HLB의 FDA 허가 도전 불발이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닌 바이오산업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보완절차가 무사히 진행돼 최종 허가를 획득했으면 한다”면서도 “다만 너무 높은 시장 기대감 속에서 발생한 이슈라 많은 투자자들을 어떻게 다시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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