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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삼성 반도체 아킬레스건 된 ‘HBM’… “SK하이닉스와 격차 못 좁히자 문책성 인사”

조선비즈 조회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팹(공장)./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팹(공장)./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수장을 전격 교체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선 가운데 시장 선점에 실패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4세대 HBM(HBM3) 이후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HBM3와 초기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5세대 HBM(HBM3E)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과거 HBM 시장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고 차세대 HBM 개발에 안이했던 실책을 만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샘플 테스트를 잇달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사이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부터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을 출하하기 시작했고, 12단 제품 역시 인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두 회사의 HBM 시장 점유율 격차도 점차 커지고 있다. 메리츠증권 집계에 따르면 올 1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9%, 삼성전자 37% 수준이다.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내부에서는 “SK하이닉스 하청업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한 직원은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인 공급사가 됐고, 삼성은 SK하이닉스가 감당하지 못하는 초과 주문만 겨우 받는 위치로 전락했다는 말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반도체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호시절은 이제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얘기를 동료들과 자주 한다”며 “시장 흐름을 읽고 대비하는 리더십이 부재했던 게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을 두고 업계의 평가도 갈수록 냉랭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3E 8단은 빨라야 3분기, 12단은 4분기가 지나서야 엔비디아에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초기 HBM 시장을 놓쳤다고 하더라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엔비디아에 공급을 못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핑계도 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와 비교할 때 기술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노 센터장은 “AI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마하-1, QLC(쿼드러플 레벨 셀) 등을 개발 중이라고는 하지만, 현재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이끄는 HBM과 반도체 부문의 또 다른 핵심 축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지금처럼 열세를 보이면 이전과 같은 명성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대형 고객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세계 1위 대만 TSMC와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11.3%로, TSMC(61.2%)와의 점유율 격차는 직전 분기 45.5%포인트(P)에서 49.9%P로 더 벌어졌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수십 년간 메모리 초격차를 보여온 삼성전자가 HBM 사업에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자 이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단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가 SK하이닉스와 HBM 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영역에 전격 뛰어들기 시작하며 삼성전자 내부에선 위기감이 한층 고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맞춤형 반도체로 사업이 변해가고 있는데, 삼성이 기존 D램, 낸드플래시로 성장을 해오던 때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AI 반도체 시대 삼성전자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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