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PB상품을 검색 상단에 노출하는 등 공정거래법상 ‘자사우대’ 혐의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쿠팡이 PB상품을 소비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시킨 것이 불공정 행위라는 관점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마트 등에서는 입구에서부터 PB상품을 배치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공정위의 심의와 제재 추진이 온라인 쇼핑몰만 ‘역차별’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유통업계 및 학계에서는 주요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들이 PB상품을 입구부터 매출 상승도가 높은 ‘골든존’에 집중 배치했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온라인 쇼핑몰 상단 배치만 문제 삼는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업체 간 역차별 소지가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이마트에 가면 매장입구에 ‘노브랜드 매장’이 먼저 소비자에게 노출되고, 에스컬레이터·계산대 주변 곳곳에 배치된 냉장고엔 노브랜드 냉동식품들이 진열돼 있다. 식품·수산·유제품 코너 등 상품이 눈에 잘 띄는 ‘골든존’ 매대에도 노브랜드와 피코크 등 PB제품이 눈에 띄는 곳에 배치됐다.
CU는 전국 주요 편의점 매장 입구와 골든존에 가성비 높은 PB상품 ‘득템 시리즈’를 배치했고, GS25나 세븐일레븐도 마찬가지다. 롯데하이마트·일렉트로마트 등 가전 양판점도 PB상품과 다이슨·삼성·애플 신제품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이 같은 유통업계의 상품 진열은 매출이 최대 4배까지 오르는 것으로 알려진 골든존에 대한 치열한 분석과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다. 일반적인 대형마트 진열대 높이는 약 2m로, 골든존은 사람 손이 쉽게 닿는 진열대 3~4단이다. 사람 눈높이가 편한 170㎝ 이하의 매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골든존은 일반 진열대와 비교해 매출이 4배 이상 오르는 효과가 있다”라며 “특히 고물가 시대에 집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먼저 노출하는 전략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매년 PB상품 매출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콜로라도대 도널드 리히텐슈타인 교수는 미국 학술지 ‘마케팅 저널’에 기고한 연구에서 “소비자들은 식료품점에서 선반을 샅샅이 찾지 않고 적은 노력으로 빠르게 프로모션 상품과 주변 제품을 구입한다”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공정위의 논리라면 대형마트 골든존에 배치돼야 할 시장점유율 50% 이상의 인기 일반 브랜드 제품들도 PB상품 때문에 진열 차별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이선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온라인에서 PB상품을 검색 최상단에 노출하는 것은 대형마트가 PB상품을 입구 매대에 진열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온라인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라며 “또 대형마트 PB매출 비중은 20%를 웃돌지만 주요 온라인 쇼핑몰은 비중이 한 자리수”라고 말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프라인 대형마트도 자사 PB상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신산업인 온라인 기업에 대해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는 것은 문제”라며 “미국에서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다가 모두 폐기 수순을 거쳤다”라고 밝혔다. 실제 미국 의회는 PB상품을 규제하는 ‘자사우대 금지’ 조항이 담긴 빅테크 규제 법안 5개를 지난해 말 모두 폐기됐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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