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dict
실용성과 ’43’급 AMG의 고급감을 가진 SUV
GOOD
– 알고 보니 AMG인 은근한 고성능 SUV
– SUV에 기대할 수 있는 모든 바램을 충족할 수 있다
BAD
– 이게 AMG냐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 고기는 뜯어야 맛! 그런데 국물만 마셨다
Competitor
– BMW X5 : 더 시원하게 달릴 뿐 아니라 ‘ㅎㅇ’도 시원하다
– 제네시스 GV80 : 풀옵션 파워!!!!!!!!!!!!!!!!!
17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중형 SUV 메르세데스-AMG GLC 43 4매틱을 용인 AMG 스피드 웨이 트랙에서 만났다. 메르세데스-AMG GLC 43는 메르세데스 벤츠 GLC의 고성능 버전으로 현재 GLC는 AMG 버전을 포함해 매달 700대 가까이 팔릴 만큼 인기있는 SUV다.
메르세데스-AMG GLC는 올해 초 3세대 모델이 나오면서 가격이 9960만 원으로 크게 올랐다. 1억에 육박하는 가격은 제네시스 GV80과 비교하며 장단점을 헤아렸던 이전 8천만 원대에서 크게 오른 것. 전장 4,750mm의 중형 SUV로선 경쟁모델과 비교하면 높은 가격대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물론 가격이 오른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단 차체가 이전세대보다 커졌고 주행보조장치나 실내 인테리어 소재 자체가 고가의 것을 아낌없이 채용했다. 무엇보다 이 차의 인테리어는 동급 어느 모델과도 견주기 어려울 정도로 한참을 앞서 있다. 마치 폭포수가 쏟아지는 듯한 대시보드 디자인과 중앙의 11.9인치 LCD 디스플레이 그리고 12.3인치 스크린이 콕핏의 드라마를 새로 쓴다. 업계에선 ‘일단 태우면 반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
이외에도 메르세데스-AMG GLC 43에는 SUV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압도적인 실용성 또한 주목해야 한다. 부메스터 서라운드 시스템은 여전히 벤츠를 소유한다는 뿌듯함을 줄 뿐 아니라 M벅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시스템 등은 적어도 수년간은 첨단의 자동차를 누린다는 만족감을 줄 것이다. 더불어 얄미우리만치 꼼꼼한 시트 마감과 바느질 그리고 촉감이 좋은 나파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은 화룡점정을 찍는다.
넓진 않지만 무턱대고 크지도 않은 트렁크. 말없이 필요할 때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주행보조 장치도 주행에 자신감을 불러 일으킨다. 여기에 간간이 보이는 틈새의 마감과 딱 떨어지는 디자인의 간결함도 이차에 대한 인기를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파워트레인 측면에서 주목할 점. 우선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60km/h 이전 저속 영역에선 차체 거동의 가벼움이 느껴졌고 진동 소음 측면에서도 진일보한 면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AMG 스피드 시프터 9단 MCT 미션은 스포츠 주행과 일상 주행 영역을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포용력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4기통 M137 엔진은 2개의 전자식 터보차저로 과급을 하며 무려 421마력이라는 담대한 수치를 뿜어낸다.
사실 4기통이라고 무시할 수 있는 엔진이 아니다. 메르세데스-AMG GLC 43의 M137 4기통 엔진은 이전 6기통 M237 엔진의 부드러운 회전질감을 최대한 담아냈을 뿐 아니라 4기통 엔진의 경량성능 그리고 효율까지 발휘한다. 무엇보다 거의 전 영역에 걸친 피크 토크는 ‘그야말로 AMG구나’라는 점을 실감케 한다.
특히 AMG 특유의 바리톤 음감의 배기사운드와 맞물려 질주하는 쾌감은 메르세데스-AMG GLC 43를 소유하는 데에 따른 즐거움을 한층 더 고조시킨다. AMG 스피드 웨이의 상설 트랙은 다소 좁은 감이 없지 않았다. 전체 트랙을 쓰지 않고 일부만 주행하는 벤츠코리아의 절제(?) 때문일 터. 메르세데스-AMG GLC 43를 트랙에서 제대로 돌려보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정된 상황에서 메르세데스-AMG GLC 43를 올려 본 바. 이 차는 AMG로서의 하드코어한 ‘일탈이 가능한 SUV’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다시 말하자면 고성능임에는 분명하지만 철저히 부드러운 감각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내로 들이치는 소음이나 진동을 철저히 배제하고 속도를 끌어올리기가 수월했다. 격한 코너링에서도 한쪽 차체 축이 무너지거나 불안감을 일으키지 않았고 트랙션을 컨트롤하기 위한 자동 조절능력도 운전자를 거슬리게 하는 법이 없다.
제동력 또한 철저히 운전자의 안정감을 위주로 튜닝했다. 적어도 트랙에서 그리고 AMG라면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격한 주행을 할 수 있을 거란 예상과는 달랐다. 차속은 높았고 타이어도 트랙을 놓치진 않았지만 레코드라인을 벗어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메르세데스-AMG GLC 43의 가속력이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4.8초만 걸릴 수준임에도 안정감이 더 강조되는 모습이었다. BMW M이나 아우디 S가 발휘하는 조금 더 터프한 주행감각은 메르세데스-AMG GLC 43에서 찾을 수 없었다.
메르세데스-AMG GLC 43는 좋은 차의 이상을 보여준다. 다만 분명한 점은 소유자의 취향을 따른다는 것. 파워트레인의 직결감이나 두툼한 토크로 차를 밀어붙이는 주행감각을 바란다면 메르세데스-AMG GLC 43는 정답이 아니다. 이 차는 AMG라고 해서 ‘기계적 감성’을 내비치기 보다는 더 풍요로운 고성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의 메르세데스-AMG 안에서 ‘43’이라는 숫자 그리고 AMG라는 브랜드의 간극은 의외로 경험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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