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 수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유행이 사라지자 대부분의 기업들이 잇따라 관련 연구개발(R&D)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펜데믹을 기점으로 백신 피로도가 높아진 탓에 관련 산업이 위축됐다는 점과 더불어, 막대한 개발 자금을 투여해도 이를 회수할만한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원인으로 꼽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가 속속 코로나19 백신 산업에 손을 때는 분위기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유럽의약품청(EMA)에 자사의 코로나19 백신 ‘벡세브리아’에 대한 유럽 허가를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다. 벡세브리아는 EMA로부터 2021년 1월 첫 승인을 획득한 뒤 펜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접종됐다.
그러나 몇 주 안에 소수의 면역자들에게서 원인불명의 희귀 혈전이 검출되는 등 안전성 문제가 발생해 몇몇 국가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EU 규제 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혈전 생성 위험을 증가시키지는 않는다고 결론지었으나, 안전에 대한 의구심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이후 엔데믹이 찾아오자 대부분의 국가가 화이자와 모더나가 만든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을 채택하면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코로나19 백신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온’도 영향력을 줄여나가고 있다. 이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코비원의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EUL) 등재를 자진 철회한 데 이어 영국 의약품 규제당국(MHRA) 품목허가도 자진 취하했다.
스카이코비원은 지난해 6월 WHO의 긴급사용목록에 등재된 바 있다. 영국에서는 이보다 한 달 앞선 같은 해 5월 코로나19 백신으로 승인했 했다.
회사 측은 “엔데믹 전환 및 WHO에서 변이 백신 균주로 JN.1 계통 조성을 권고하면서 당사 사업 전략을 변경해 오리지널(우한주)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의 WHO EUL 등재를 자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유행하는 변이로 조성된 코로나19 백신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어 스카이코비원에 대한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넥스트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 개발은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지 않았지만 개발을 이어가던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잇따라 코로나19 백신 개발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제넥신은 2022년 디옥시리보핵산(DNA) 플랫폼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X-19N’을 개발하지 않기로 했다. 같은 해 셀리드도 자사의 백신 후보물질 ‘AdCLD-CoV19-1’의 개발을 중단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초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EuCorVac-19’의 국내 임상시험을 계획 했으나 관련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다만 유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계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축소와 달리 범국가적 사업은 지속될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2027년까지 안전하고 효과적인 국산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질병청은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 팬데믹 상황이 언제든지 도래할 수 있다고 보고, 팬데믹 발생시 최대 200일 안에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구축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질병청 내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국산화 개발 지원단’을 구축, 이를 범부처 조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질병청은 백신 확보만이 팬데믹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판단, 개발 속도 3~6개월 안에 빠른 mRNA 백신 보유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과정(2020년~2023년)에선 국산 백신이 전무한 탓에 해외 백신 기업에 7조6000억원의 백신 구매비를 지출했다.
이렇듯 외국 백신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백신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전략이다.
질병청은 mRNA의 5개 분야 핵심기술을 여러 국내 기업들이 분산 개발, 보유하고 있지만 자본력 등의 한계로 제품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파악, 4년 내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을 목표로 대·중소기업 간 전략적 협력 체계를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이와 같은 국가적 노력에도 주요 백신들의 특허 장벽 허들이 높아 효과적인 백신 개발이 다소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mRNA 백신을 위한 주요 특허를 화이자와 모더나가 갖고 있고, 이들의 기술을 침범하지 않고 mRNA 백신을 생산하기에 다소 역부적이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KP.2라는 FLiRT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출연하는 등 아직까지 코로나에 대한 위협은 우리 사회에 남아있다”며 “다만 mRNA 백신 기술이 주류로 인정받고 있는 코로나19 시장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등에 지불해야하는 라이선스 비용이며, 개발에 투여되는 막대한 임상 비용 등을 종합했을 때 개발비용 대비 수익성이 극도로 낮은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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