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 경영자가 모여 구성한 중기 협동조합은 공동 생산·판매, 협업 등으로 우리 경제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자생력 강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공급망 재편 등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중소기업 협동조합에 새로운 역할이 요구된다. 개별 중소기업 노력만으로는 변화에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안에서 기업들이 힘을 합쳐 경쟁력을 키우는 시도가 필요하다.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중앙·지방정부는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협동조합에게 공동사업, 임직원 역량 강화 등을 지원하며 안정적인 경영환경 조성을 돕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는 16일 서울 중구 인쇄정보센터에서 ‘서울 협동조합 공동사업 레벨업 모색 좌담회’를 개최했다. 인쇄업·기계업·상점가·장신구업·자동차정비업 등 각 협동조합 성과를 돌아보고, 중소기업 ‘혁신 플랫폼’으로서 협동조합 발전방향을 공유했다.
협동조합의 장점은 조합 역량 결집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서울장신구사업협동조합은 올해 K굿즈 공동브랜드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한류 열풍에 덩달아 수요가 늘어나는 팔찌, 펜던트, 응원봉 등 아이돌 굿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부품 생산 기반 회원사가 모여 완제품을 생산하고, 한국 대표 브랜드를 구축해 수익원을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서헌규 서울장신구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협동조합 ‘레벨업’을 위해서는 조합원 전체의 수익 창출이 필수고, 공동브랜드만이 해답”이라면서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와 연계한 판로 개척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정동로데오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은 공동마케팅으로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최근 특색 있는 반딧거리 조성과 거리축제 개최에 이어, 지역 인플루언서 콘텐츠·지역 소개도 제작 등 온라인 홍보를 더해 누구나 찾는 상권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재상 문정동로데오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일본 구마모토현은 곰을 본딴 구마몬 캐릭터로 세계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면서 “마케팅·상권 활성화 전문인력을 얼마나 지속 지원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조합원사 직무능력 향상 역시 협동조합의 기대효과다. 서울시기계공업협동조합은 2007년부터 매년 11월 서울기계리더스포럼을 열고 있다. 수처리·공조·펌프·하역운반 등 업종 임직원 대상 집체 교육으로 전문기술 습득을 돕고, 중대재해예방 구축과 소양 교육도 제공한다.
지용섭 서울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기업 인력 유출 등으로 중소기업은 오래 인력난을 겪고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인적자원 관리 역량을 높여야 한다”면서 “서울시와 중기중앙회 도움으로 17년간 소통과 성장 기회를 다져왔다”고 밝혔다.
협동조합은 중소기업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대응에도 기여한다. 서울자동차정비업협동조합은 환경개선 공동사업을 펼치고 있다. 자동차 정비소는 법령에 따라 대기 정화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소모품인 활성탄은 영세 정비업체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저품질 재활용 활성탄이 무분별하게 퍼졌다. 자동차정비업협동조합은 서울시 지원을 받아 품질이 보장된 활성탄을 구입해 조합원에게 배포하고 있다.
정성훈 자동차정비업협동조합은 “서울 500여개 자동차 정비업체의 불편 해소를 위해 협동조합이 달려왔다”면서 “환경 규제 대응뿐만 아니라 외국인 전문고용업종 등록 등 인력난 해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은 2015년 이미 공동브랜드 ‘하이프린팅’을 출시했다. 서울경인지류도매업협동조합과는 지류 공급에 협업하고 있다. 김윤중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선 협동조합 제품 공공구매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운지구 재개발과 맞물린 을지로 인쇄골목 이전 문제도 시급한 현안이다.
박종석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중소기업회장은“서울지역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동사업으로 변화와 혁신을 견인하겠다”면서 “이번 좌담회로 공동사업이 한층 레벨업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