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알뜰폰(MVNO) 사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단말기 유통법(단통법) 폐지를 선언하고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대폭 늘리면서 강점이었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참전으로 인한 ‘출혈경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시장 줄어드는데…사업환경은 더 악화
19일 한국통신사업자협회(KTOA)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건수는 7만482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12만332건), 2월(10만8908건), 3월(9만6771건)에 이어 눈에 띄는 감소세다.
반면 알뜰폰에서 통신3사로 번호이동하는 건수는 지난달 기준 5만4664건으로, 1월(4만2272건), 2월(4만3663건), 3월(5만1400건)에 이어 증가했다.
알뜰폰 가입자는 고물가와 경기침체 여파로 통신비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에게서 각광받았다. 특히 휴대폰 단말기 가격이 수년간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자급제와 알뜰폰 조합이 인기를 얻어 회선 수가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정부가 단통법 폐지를 비롯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나서면서, 알뜰폰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내년부터 망 도매대가 산정방식이 사후규제로 전환하면 중소 사업자의 고충은 더 커질 전망이다.
그간 정부는 도매제공 의무제도를 통해 협상력이 약한 중소업체의 망 도매대가 사용을 중재해왔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알뜰폰 사업자가 직접 통신사와 개별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올해 최대한 망 도매대가를 낮추고, 지나친 인상을 막기 위한 정부의 사전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다양화하고, 데이터를 다량 선구매할 때 추가 할인이 되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사업자 “KB리브엠 ‘상생’ 못 믿겠다”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도 중소 사업자들에게는 근심거리다.
금융권이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망 도매대가보다 낮은 수준의 요금제를 판매할 수 있다는 이유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KB리브엠(리브모바일)은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은행의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됐고, 우리은행도 알뜰폰 시장 사업 진출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상생을 위해 망 도매대가의 90% 이하로는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KB리브엠이 이러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서 금융위에 항의했다. VIP등급이거나 지난달 시작한 프로모션을 적용하면, 실제로는 여전히 망 도매대가 70~80% 수준의 요금제를 유지 중이라는 것이다.
알뜰폰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에 항의했더니 KB리브엠에서 바꾸는 데 시스템상 3개월이 걸린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대관절 전산시스템을 바꾸는 데 그렇게 걸릴 이유가 없지 않느냐. 결국 정식 업무 시작 초반 알뜰폰 가입자 수를 잡으려는 행동에 불과한 것”이라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KB리브모바일은 부수업무 지정이 확정된 후 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KB리브모바일은 “모든 요금제를 망 도매대가 내비 90% 수준으로 운영할 계획이며, 망도매대가 90% 미만 상품 4종은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라면서 “신규 상품의 출시까지 통상 3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을 고려,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요금제) 판매 중단을 유예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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