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도이체텔레콤이 메타(옛 페이스북)와의 망 이용대가 소송에서 승소했다. 한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망 이용은 유상이라는 개념이 판례로 인정받았다. 세계적인 망 공정이용 정책 확산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독일 쾰른 지방법원은 최근 메타가 도이체텔레콤에게 2100만 유로(한화 약 310억원)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메타는 도이체텔레콤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왔지만, 2021년 3월 도이체텔레콤에 40% 할인을 요구하고 받아들이지 않자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도이체텔레콤이 소송을 제기했고, 독일 법원은 3년만에 통신사(ISP)의 인터넷망 제공에 대한 ‘지급 청구권’을 재확인하며 도이체텔레콤 손을 들어준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1심 재판을 맡았던 서울지방법원이 ‘망 이용의 유상성’과 채무 존재만을 확인했다. 독일 1심 법원은 구체적인 대가를 산정해 지급을 명령한 게 특징이다.
독일법원 1심 판결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적인 논란이 불붙은 콘텐츠기업의 망 투자와 관련해 한국에 이어 중요한 판례가 확립됐기 때문이다. 메타는 항소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서와 같이 소송이 양측 협상으로 중도에 각하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망의 유상성을 인정한 1심에서의 근거는 유럽연합(EU), 세계 정책입안자들이 참고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독일 현지매체 리걸트리뷴은 “통신사가 요구한 금액은 이번 소송에서 오히려 부차적”이라며 “통신사에 더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운영사로서 근본적인 지급 청구권을 가지고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디지털네트워크법안(DNA)을 추진하면서 통신사와 콘텐츠기업 간 망 이용대가 분쟁시 제3자 분쟁조정기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1대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망 이용대가 협상 의무를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8개가 발의됐다. 통신업계는 세계적인 흐름을 고려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글로벌 콘텐츠기업의 막강한 시장지배력으로 인해 자율적인 문제 해결에 한계가 따르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법제도 도입 필요성이 재확인됐다”며 “대형 글로벌 CP의 우월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행위방지를 위해서는 당사자 간 협상력 불균형 등 시장실패를 개선할 제도도입이 필수”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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