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의 백화점 계열사 AK플라자가 그룹의 골칫덩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명품 없는 백화점’이라는 차별화 전략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해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다.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업황 악화까지 겹치면서 돌파구 마련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AK플라자는 지난 1분기 매출액이 807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AK플라자가 수원애경역사를 흡수합병한 점을 고려하면 작년 동기 대비 7.3% 감소한 수치다. 분기순손실은 102억원을 기록하며 백억원대 적자를 이어갔다.
이 같은 부진은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 5대 백화점 중 AK플라자를 제외한 4개사는 모두 1분기에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신세계백화점은 1분기 사상 최대 거래액을 경신하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7.0% 신장했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도 각각 3.6%, 1.4% 신장했으며 부진했던 한화갤러리아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도 롯데를 제외하면 3사 모두 증가했다.
AK플라자의 부진한 실적은 최근 몇 년간 지속돼왔다. 지난해 국내 5대 백화점 점포별 매출을 살펴보면 AK플라자는 수원점을 제외한 분당·평택·원주점이 모두 외형이 줄어들었다. 한 때 수원점과 함께 전국 20위권을 지켰던 분당점은 지난해 전년 대비 4.4% 역신장하면서 30위권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평택·원주점도 1000억원대 매출을 유지하며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결국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점포 경쟁력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명품 없는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이 더 이상 차별화 포인트로 부각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경쟁사의 경우 ‘지역 1번지’ 전략을 바탕으로 간판 점포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명품 브랜드는 기본이고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한 MZ세대에 맞춰 차별화된 브랜드와 팝업스토어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제출했던 한화갤러리아의 반등도 명품관 매출 호조세가 뒷받침된 결과다.
문제는 반등을 위한 모멘텀마저 없다는 점이다. AK플라자는 그룹 지원과 계열사 흡수합병 등 노력에도 부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점포 경쟁력 제고를 위한 리뉴얼이나 핵심 테넌트 유치를 위한 여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간판점포인 AK플라자 수원점 인근에 스타필드 수원과 전면 리뉴얼한 롯데백화점 수원점이 등장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e커머스 성장 등 악화된 업황에도 국내 백화점이 성장을 이어가는 것은 점포 경쟁력을 끊임없이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각 사 경쟁마저 치열해지는 만큼 AK플라자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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