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 니혼TV에서 방영되기 시작한 드라마 ‘간을 빼앗긴 아내’는 라인망가 연재 K-웹툰이 원작이다. 일본에서 웹툰이 누적 조회수 1억3300만회를 기록한 데 이어 일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훌루재팬에서 드라마가 ‘오늘의 인기순 1위’를 기록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만화 종주국’ 일본에서 K-웹툰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기업의 현지 법인 플랫폼이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현지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돈을 쓰는 애플리케이션(앱)이 됐고, K-웹툰의 인기에 힘입어 지식재산권(IP) 확장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국내 콘텐츠 플랫폼 기업 리디는 지난달 26일 자사 인기 웹툰 ‘품격을 배반한다’를 일본 최대급 웹코믹 플랫폼 ‘메챠코믹’을 통해 독점 공개했다. ‘품격을 배반한다’는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지난해 4월부터 국내에서 연재됐다. 웹툰은 가문의 장녀이자 헌신적인 ‘클로이’와 국왕의 외조카로 오만방자한 ‘데미안’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앞서 리디가 작년 말 메챠코믹을 통해 공개한 ‘상수리나무 아래’는 연재 30일 만에 누적 조회수 1000만회, 거래액 25억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메챠코믹은 ‘상수리나무 아래’의 TV 광고를 2편 선보일 예정이다. 메챠코믹에서 연재 중인 리디의 또 다른 웹툰 ‘합법적악역의사정’은 작년 9월 일본에서 공개된 후 60일간 거래액이 10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
네이버웹툰이 일본에서 운영 중인 현지 플랫폼 ‘라인망가’에서는 월 거래 규모 1억엔(약 8억7100만원)을 넘는 한국 웹툰이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다. 최근엔 ‘상남자’가 월 거래액 1억1500만엔(약 10억원)을 달성했다. ‘상남자’는 평범한 사원으로 입사해 기업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남자가 다시 신입사원 시절로 회귀해 새롭게 성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라인망가에서 월 거래금액 1억엔이 넘는 웹툰은 총 5개로, 이 중 4개가 K-웹툰이다. ‘상남자’ 외에 ‘입학용병’(글 YC·만화 락현), ‘재혼황후’(글 히어리·그림 숨풀·원작 알파타르트), ‘약탈 신부’(글 그림 팀 카푸치노·원작 강희자매) 등이다. 입학용병의 월 거래금액은 1억8000만엔(약 16억원)으로 라인망가 단일 작품 중 최대 거래 규모다.
카카오가 만든 웹툰 앱 ‘픽코마’는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장 돈을 많이 쓴 앱 1위에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미국 조사회사인 ‘데이터AI(data.ai)’에 의뢰해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의 1년 간 결제 금액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년 전 8위에 그쳤던 픽코마는 지난해 1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픽코마는 2016년 4월 일본에서 K-웹툰 뿐만 아니라 일본 만화를 일컫는 ‘망가’도 서비스하고 있다. 픽코마는 지난해 창립 7년 만에 연간 매출액(거래액) 1000억엔(약 8705억원)을 넘겼다. 권(卷) 단위 단행본 중심의 유료 콘텐츠 구매에 익숙했던 일본인들에겐 작품을 회차 단위로 쪼개 시간에 따라 일부를 무료로 공개하는 픽코마 방식(기다리면 무료) 등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K-웹툰이 인기를 끌자 일본 기업들도 웹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의 대표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은 올해 초 만화 앱 ‘R-툰’을 출시하고 세로로 보는 웹툰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아마존, 애플 등이 현지 공모전을 통해 웹툰 콘텐츠 공급에 뛰어들면서 한국 기업들이 주름잡고 있는 일본 웹툰 시장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종이책이나 전자책 위주였던 일본 만화 시장에 웹툰 열풍이 불면서 웹툰 선구자격인 한국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웹툰이 한국에서 시작된 콘텐츠인 만큼, 한국 기업들의 콘텐츠가 인지도도 높고 완성도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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