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심경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우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17일 오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서울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간암신약 허가를 위해 추가로 요구한 자료를 보완 제출해 신약승인에 재도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HLB는 이날 새벽 6시 45분, 미 FDA로부터 글로벌 판매 및 개발권리를 보유한 ‘리보세라닙’과 중국계 제약사 항서제약의 표적치료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간암 1차 치료제 허가신청에서 최종보완요청서(CRL)를 받았다.
CRL은 FDA가 신약승인을 거부할 때 발행하는 서한으로 재심사를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요구사안이 담겨있다. 제약사는 이 문서에 담긴 자료를 보완해 제출하면 통상 6개월 내로 재심사를 받을 수 있다.
진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FDA가 CRL를 통해 요구한 지적사항이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제조공정(CMC)과 임상시험 시설 실사(BIMO 검사) 크게 두 가지로, 비교적 가벼운 이슈인 만큼 재심사를 준비하는 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CRL에는 약물의 효능이나 독성과 같은 메이저(중대한) 이슈가 제기된 게 아니라 항서제약의 CMC와 관련한 문제가 있다고 적시돼 있다”며 “또 FDA가 임상 사이트에 대한 실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는 허가거부가 아닌 딜레이(지연) 사유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 회장은 “저희의 문제가 아닌 항서제약의 문제이니 협의를 통해 함께 해결하고자 한다”며 “연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제약사가 CMC에 관한 지적을 받았다는 것은 항서제약 입장에서도 시급한 문제로 빨리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CMC와 관련 보완사안이 생각보다 심각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CRL에는 내용이 너무 모호하게 적혀있어 구체적으로 FDA와 미팅을 통해 확인해 봐야 한다”며 “항서제약은 다수의 CMC 실사를 받아온 글로벌 수준의 제약사로 크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진 회장은 FDA로부터 받은 임상사이트 실사 문제가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임상시험에서 아시아인 환자 비중이 높다고 과거 FDA로부터 지적받은 사실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HLB는 이 요구사안을 반영해 지난해 5월 FDA에 신약허가를 다시 신청한 바 있다.
그는 “이전부터 고질적으로 나왔던 문제지만 임상시험에서 백인 인종 비중이 전체 중 17%로 이 수치가 적다고 FDA가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다”며 “우리도 자체적으로 임상 데이터를 확장하기 위해 FDA에 포스트 마케팅 리서치(후기 상업화 연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진 회장은 오래동안 기다렸을 신약허가가 미뤄지면서 실망했을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죄송한 심경을 밝히면서 아직 끝난 것이 아닌 만큼 최종 승인을 받는 순간까지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제 40, 50대를 신약개발을 위해 다 바쳤고 주주와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면서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닌 만큼 CRL을 받은 약물 중 약 90%가 최종 승인 받은 결과를 내도록 항서제약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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