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16일 “2027년 말까지 누적 적자를 해소해야 하고 적절한 배당까지 생각하면 상당 폭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에서 한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전기요금 조정폭에 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도 요청하지만 당국이 결정하는 것으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긴 어렵다”면서도 “원칙과 방향은 사채발행 배수를 고려해 2027년 말까지 누적적자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에 따르면 한전의 사채발생 배수는 2027년말까지 5배에서 2배로 축소된다. 이때까지 누적적자를 해소하지 못하면 한전은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
한전은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42조3000억원의 적자를 쌓아두고 있다. 이로 인한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202조원으로 1년 이자 비용으로만 4조4000억원을 내고 있다.
전기요금이 1원 오르면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5500억원이 추가 발생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적어도 kWh당 30원가량의 인상이 3년 이상 유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149.8원으로 호주(311.8원), 일본(318.3원), 이탈리아 335.4원), 영국(504.3원) 등에 비해 최대 3분의 1 저렴하다.
김 사장은 “최근 3년간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서 이탈리아는 전력 요금을 700% 인상했고 프랑스는 프랑스전력공사(EDF) 지분 100% 국유화하는 조치까지 단행했다”면서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물가 인상과 가계 부담 최소화하고 기업 경쟁력 지켜내기 위한 정부와 한전의 노력으로 OECD 국가 중 최저수준 요금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요금 일부 현실화를 3분기 연속 흑자를 냈지만 고유가, 고환율로 재무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해 자산 매각 등 고강도 자구책을 이행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만으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있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전기요금 정상화는 꼭 필요하고 정부 당국에 간곡히 호소한다”라고 말했다.
전력망 적기 투자를 위한 기반 마련도 시급 과제로 언급했다.
김 사장은 “전력망 건설혁신 방안을 지속 추진해 2042년까지 조성될 세계 최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폭발적 증가가 예상되는 전력수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라며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에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는 6월, 분산에너지 특별법 시행에 따라 차등 요금제 이행 근거가 마련된 것을 두고는 “궁극적으로 가야할 길”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사장은 이와 관련해 “요금 차등은 발전소 입지 단계서부터 이뤄져야 하고 지역별 한계 요금제가 먼저 구매 단계에서 시행되는 게 맞다”면서 “이런 내용을 산업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이 에너지 신기술·신사업 핵심 아이템으로 ‘직류배전’을 지목한 배경을 묻는 말엔 “에디슨, 테슬라의 직류교류 논쟁이 지금 벌어졌다면 교류가 승리했을 것”이라면서 “송·변전 손실을 줄일 수 있고 장거리 송전이 가능해 1~20년 내 직류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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